#####시인의 공부방2

이종섭시인님 소월시의 저항적 성격에 대한 소고1

덕화2001 2007. 2. 28. 17:09
이종섭시인님 소월시의 저항적 성격에 대한 소고1  


  이종섭 (2005-04-11 14:07:56, Hit : 29, Vote : 0)  



 < 소월 시의 저항적 성격에 대한 소고 >


              < 소월 시의 저항적 성격에 대한 소고 >

                        [초록]

 3.1운동이 끝난 직후인 1920년대의 문학에 있어 특정 시인의 시가 저항적 성격을 가지고 있었는가 하는 것은 중요한 가치 판단의 일부가 될 수 있다.
 저항시라는 것이 전문문학인(또는 전문독자)을 대상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할 때, 지금까지 소월 시에 대하여 지나치게 구조나 의미의 전문적 분석에만 치우친 나머지 비 문학인인 민중들이 읽고 느낄 수 있는 저항시의 특성을 외면한 채 연구되어온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당시 KAPF 등 급진적인 프로문학들이 직설적 성격의 저항시를 선호하고 있었던 반면, 민족주의자들
은 우회적인 저항시, 예를 들어 한용운의 그것처럼 보편적 사랑의 철학 위에 저항 사상을 실음으로써 일제의 감시와 탄압이 극심한 상태에서도 절필하지 않고 글로써 민중에게 항일의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되었을 것이다.
 이런 경우 언어를 구조적으로만 분석할 경우 느낌만 있을 뿐 저항의 의미가 뚜렷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소월의 경우 그의 소심한 성격으로 인해 적극적인 항일운동 등 뚜렷한 족적은 남긴 것이 없다하지만 여러 정황으로 보아 저항시인으로서의 이념적 사고가 없었던 것은 아니며, 그의 순수 서정시로 알려진 상당수의 시에서 저항적 느낌이 강하게 풍겨오고 있음에도 지금까지 수백여 편의 연구에서 저항성 여부를 논한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은 그 결과에 관계없이 소월의 시를 한쪽 방향에서만 연구하였
음을 짐작하게 한다.

 따라서 본고는 민중적 입장에서의 시 읽기를 통하여 소월 시의 저항성 여부를 따져보았다.
 그 결과, 한용운의 시에 비하여 슬픔을 희망으로 승화하지 못한 점은 인정되었지만, 민족적 정서를 바탕으로 하여 은유의 대상으로 강토의 자연을 선택하고 그것을 슬픔으로 연결시킴으로써 마치 개인적 슬픔을 노래한 것처럼 우회적 방법으로 저항 의지를 표명하려 노력한 뚜렷한 흔적을 발견하였다.
 뿐만 아니라, 북한 문단에서는 소월의 대표적 시를 적극적인 항일 저항시로 분류, 평가한 자료가 있어 남한 측과 매우 대조적이었다.

 본고는 시가 인종(또는 민족), 환경, 시기에 따라 영향을 받는 것이라면 당시의 민족이 처한 역사적 사실로 볼 때 이제까지의 평가를 넘어서 좀 더 확장, 해석해 보려는 연구가 앞으로도 꼭 필요할 것으로 믿으며 김소월의 시집 진달래꽃의 대부분의 시가 표현한 사랑과 슬픔은 한용운의 그것처럼 국권을 빼앗긴 민족의 설움에 대한 은유로 보고 적극적인 저항의 시로 이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2005.    .     .

                                                             이  종  섭
---------------------------------------------------------------------------

                              [목차]

1. 들어가며
 1.1. 문제제기
 1.2. 민중독자의 입장

2. 소월 시의 저항적 경향
  2.1. 시대적 배경과 역사적 사실
  2.2. 알려진 소월의 저항시
  2.3. 남한에서의 저항적 평가
  2.4. 북한에서의 저항적 평가

3. 이별과 슬픔 속의 저항의 어조
  3.1. 초혼
  3.2. 못잊어
  3.3. 진달래꽃

4. 소월 시와 한용운 시와의 비교
  4.1. 招魂과 님의 침묵의 비교
  4.2. 못잊어와 나를 잊고저의 비교
  4.3. 금잔디와 海棠花의 비교
  4.4. 길과 두견새의 비교

5. 또 다른 저항적 경향
  5.1. 산유화
  5.2. 가는 길
  5.3. 엄마야 누나야
  5.4.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5.5. 달맞이
  5.6. 춘조(산문)

6. 결론


----------------------------------------------------------------------

              < 소월 시의 저항적 성격에 대한 소고 >

                                                                       이종섭


1. 들어가며

 1.1. 문제제기

   33세의 젊은 나이에 자살로서 생을 마감한 결코 행복하지 못했던 시인 김소월.

   그의 시집 {진달래꽃} 김소월, {진달래꽃}, (주)미래사, 2003.12.15. pp.11-93
에 수록된 상당수 시의 경향으로 보아 저항적 냄새가 짙게 풍기고 있음에도    대부분의 많은 연구논문과 평론가들의 저서에서 대부분 개인적 사랑을 노래한 서정 시인으로만 분류
 하여 왔으며, 그의 문학사적 공로를 “일제 식민시대의 암울한 현실 속에서 민족의 정서를 율조있는    언어로 노래”  권영민, {항일저항시감상}, 독립운동사 교양총서 제17권, 독립기념관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1991. 9.22., p.28
했다.라고 한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집 {진달래꽃} 이전의 작품에서 저항시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저항시는 상당수가 문학
 적인 면에서 작품성이 뛰어나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그가 독립운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흔적이 없
 고 그의 사망 원인도 개인적 사정에 의한 자살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그러한 판단에 어느 정도 타당
 한 면이 없지는 않다.
   비전문가들인 일반 민중의 독자들도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이는 다분히 전문독자의 연구
 결과에 영향 받은 바 절대적일 것이다.

   이에 비하여 동 시대의 시인 한용운과 그 후의 윤동주 등 몇몇 시인들이 사랑이나 지식인의 시대적
 양심을 읊음으로써 국권을 빼앗긴 설움을 슬퍼하고 일제에 저항한 시인으로 분류되고 있음에 비추어
 볼 때 그 평가가 너무 인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므로 소월의 여러 시들을 다시 한 번 읽어본 후에 그 시인이 의도하였던 숨겨진 뜻이 더 없는
 지, 그가 줄 곳 사랑과 이별의 대상으로 삼은 자는 누구 혹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알아보기로 한다.

   이것은
   첫째, 그의 생애와 시대적 환경이 어떠했는가를 참고하고,
   둘째, 모든 선입견을 제외한 채 시집 {진달래꽃}에서 몇 편의 시를 읽어 문제점이 무엇인가를
 파악하며,
   셋째, 그 시를 동 시대의 다른 저항시들과 비교해 봄으로써 공정하게 그의 시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1.2. 민중독자의 입장

   그러나 이 경우에도 가급적 민중독자의 입장에서 읽도록 하기로 하였다.
   왜냐하면, 그 시대의 여러 정황으로 보아 소월이나 한용운 같은 시인들은 전문독자만을 대상으로
 작품을 쓴 것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진정 민중에게 호소하려는 저항시를 쓰고자 노력했다면 이는 중요한 문제이며, 지식인이나
 농민이나 모두가 민족의 민중들이므로 시 속에 깊은 뜻이 숨겨져 있다 해도 문학적 지식수준이 낮은
 사람들도 함께 읽도록 배려한 흔적이 있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 시의 내면적 뜻을 캐내려 전문적으로 분석하거나 심사숙고 하지 않고서도 어떠한
 느낌만으로도 시대적 상황을 인식할 수 있다면 이는 저항시가 가져야 할 민중독자에 대한 배려의
 증거가 될 것이다. 낭만주의 시에서 감상적 느낌은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다.
   “기존의 소월 시 연구들은 엄청난 양과 접근방법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획일적인 연구 성과의
 반복적 노력이라는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 정한모의 지적처럼 소월시 연구는 정한론(情限論)이라는
 초기의 뚜렷한 업적 아래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한 전정구 박사의 주장  전정구, [김소월시의 언어학적 특성 연구], {도서출판 신아}, 1990. 2.28, p.16
은 전문
 연구자들 스스로도 이와 같은 또 다른 방향에서의 연구가 필요함을 지적하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이 시인들이 전하고자 하는 뜻은 일반적인 보통사람들의 경험에서 오는 진실성을 바탕으로 한
 것인데, 이런 경우 지나치게 전문독자의 입장에서만 깊이를 파고들어 특수하게 해석하려 한다면 시인
 들이 진정으로 민중독자들에게 전달코자하였던 뜻의 일부가 왜곡될 우려도 있을 것이다.  본고 “III. 사랑과 이별 속의 저항의 어조”의 “3. 진달래꽃”의 경우, 대중독자의 입장과
  전문독자의 입장에서 각각 해석이 다를 수 있음을 논함.

   그렇다고 깊은 철학이 없다는 것도 아니며, 전문독자의 심오한 연구를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심오한 의미와 구조분석은 전문독자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하되 저항시의 특성상 상대적인
 민중들의 관점에서도 관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본 졸고의 취지이다.


2. 시대적 배경과 그의 역사적 사실

 2.1. 시대적 배경과 역사적 사실

   소월의 시집 “진달래꽃”을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일말의 기쁨도 나타내지 않고 있음에 비추어
 분명 어떤 슬픈 사건에 끊지 못할 특수한 관계로 연관되어 있음을 추측케 하고도 남는다.
   소월의 개인적 역사를 살펴보면, 어려서 소월의 아버지는 일본인 목도들에게 뭇매를 맞아 정신이상
 이 되었다고 한다. 오세영, {김소월.그 삶과 문학}, 사울대학교 출판부, 2000.9.10, p.15
이것이 소월로 하여금 평생의 한의 원천이 되었음은 짐작할 수 있으며, 점점 철
 이 들면서 일본에 대한 증오와 힘없는 우리민족의 설움도 함께 연계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소월(素月) 김정식(金廷湜)은 1902년 8월 6일 평북 구성군(龜城郡) 서산면(西山面)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에 한문을 수학하다가 정주(定州) 오산학교(五山學校)에 입학하여 중학부를 다니면서 문
 학의 세계에 눈뜨게 되었다. 당시 오산학교의 교사로 있던 시인 김억(金億)의 지도를 받게 된 것이
 다.
   특히, 북한 자료들  김소월(발행인 엄호석), {김소월 시선집}, 조선작가동맹출판사, p.213, 1955.12.10
에서는 1919년 오산학교시절 “3.1운동이 폭발하자 이에 참가하여 그 학교를
 중퇴”하였다고 한다. 이에 대하여 남한에서도 그 사실을 간간히 밝히고는 있지만  송희복, {김소월 연구}, 태학사, 1994년, p.208
이를 증명하거
 나 그의 사상적 연구에 반영하려는 적극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1922년에 서울에 올라와 배재고보에 편입한 그는 신문과 잡지에 시를 발표하면서 그의 시적 역량을
 널리 알리게 되었다. 그러나 부친의 권유로 일본 유학에 올라 관동 상과대학에 진학하였다.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는 대학에 적을 두고 세월을 보내던 중에 동경 대지진으로 학업을 포기하고 귀국한 뒤
 에 그는 다시 문필활동을 전개하였다. 첫 시집 "진달래꽃"을 1925년에 출간하면서 시인으로서의 확고
 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의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부친의 사업을 계승하고자 하였으나 실패하였고, 동아일보
 지국을 개설한 것도 운영이 부실하였다. 그는 고통 속에서 방황하다가 1934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남긴 시들은 일제 침략기에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그 정신을 가장 소박하게
 잘 구현하고 있는 절창으로 유명하지만, 현실의 모순을 날카롭게 지적한 시도 함께 발표하였다.  권영민, {항일저항시감상}, 독립운동사 교양총서 제17권, 독립기념관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1991. 9.22., pp.122-123


   이러한 사실들은 환경결정론적인 전기적 비평에서 김소월을 이해하는데 중요하며, 특히 저항시 여
 부를 논할 때에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소월의 시는 여러 곳에서 허무주의적 요소가 강하게 표출되고 있는데, 이는 당시가 3.1운동의 직후
 라는 시대상황이나 소월의 역사적 배경 등 정황으로 견주어 우연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반면에, 그의 자살 동기가 개인적 사유였다는 것과 그의 행적에서 뚜렷한 저항 경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사실이 소월의 많은 시를 개인적 사랑과 이별이라는 테마로 해석되게 하는 원인이 될 수는
 있었을 것이다.

 2.2. 알려진 소월의 저항시

   전술한 바와 같이 소월의 시 중, 일반적으로 저항시라 할 만한 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부분
 시집 {진달래꽃}이 발표되기 이전의 것  김소월 시의 많은 양이 윤동주 시와 달리 시작 연대가 그리 정확치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이지만, 권영민 교수의 {항일저항시감상}  권영민, {항일저항시감상}, 독립운동사 교양총서 제17권, 독립기념관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1991. 9.22., pp.115-123
에서 총 7 편
 을 소개하고 있으며 이중 세 편만 읽어 보기로 하자.

   2.2.1. * <바라건데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섭대일 땅이 있었더면> / 김소월

    * 나는 꿈꾸었노라, 동무들과 내가 가즈란히
    * 벌 가의 하루 일을 다 마치고
    * 석양에 마을로 돌아오는 꿈을,
    * 즐거히, 꿈가운데,

    * 그러나 집잃은 내 몸이여,
    *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섭대일 땅이 있었더면!
    * 이처럼 떠돌으랴, 아침에 점을 손에
    * 새라새롭은 탄식을 얻으면서.

    * 동이랴, 남북이랴,
    * 내 몸은 떠가나니, 볼지어다,
    * 희망의 반짝임은, 별빛이 아득임은.
    * 물결뿐 떠올라라, 가슴에 팔다리에.

    * 그러나 어쩌면 황송한 이 심정을! 날로 나날이 내 앞에는
    * 자칫 가느란 길이 이어가라, 나는 나아가리라.
    * 한걸음, 또 한걸음 보이는 산비탈엔
    * 온 새벽 동무들 저저혼자……산경(山耕)을 김매이는.  

   2.2.2. * <봄바람> / 김소월

    * 바람아, 봄에 부는 바람아,
    * 산에 들에 불고 가는 바람아,
    * 자네는 어제 오늘 새 눈 트는 버들가지에도 불고,
    * 파릇하다, 볕 가까운
    * 언덕의 잔디 풀, 잔디 풀에도 불고,
    * 하늘에도 불고 바다에도 분다.
    * 오―그리운, 그리운 봄바람아,
    * 자네는 몽고의 사막에 불고,
    * 또 북지나(北支那)의 고허(古墟)에도 불고.
    * 압록강(鴨綠江)을 건너면
    * 신의주(新義州), 평양(平壤), 군산(群山), 목포(木浦), 그곳을 다 불고,
    * 호젓한 새, 외로운 섬 하나,
    * 그곳은 제주도(濟州島), 거기서도 불고,
    * 다시 불고 불고 불어 남양(南洋)을 지나,
    * 대마도(對馬島)도 지나서 그곳 나라의,
    * 아름답다, 예쁜 산천과 달틀한 풍물이며,
    * 또한 웃음 곱기로 유명한 창기(娼妓)들의 너그러운 소매며, 이상한 비단 띠, 또는 굵은 다리
    *    살을 불어주고,
    * 근대적 미국은 더 잘 불어주겠지!
    * 푸른 눈썹과 흰 귀밑과, 불록한 젖가슴,
    * 모던 여(女), 모던 아이, 세상의 첨단을 걷는,
    * 그들의 헤죽이는 미혹의 입술과 술잔을 불고 지나
    * 외교의 소용돌이, 구라파의 사기사(詐欺師)와
    * 기계업자의, 외교관의 혓바닥을 불고,
    * 돌고 돌아, 다시 이곳, 조선 사람에
    * 한 사람인 나의 염통을 불어준다.

    * 오― 바람아 봄바람아, 봄에 봄에
    * 불고 가는 바람아, 쨍쨍히 비치는 햇볕을 따라,
    * 자네는 부자집 시악시의 머리 아래 너그럽고 흰 이마의 레트 푸드, 미끄러운 육체를 불고
    * 우리집 어둑한 초막의 너저분한 방안에도 꿈꾸며 자는 어린 아기의 가벼운 뺨도 어루만져 준다.
    * 인제 얼마 있으면?
    * 인제 얼마 있으면
    * 오지꽃도 피겠지!
    * 복숭아도 피겠지!
    * 살구꽃도 피겠지!
    * 창풀 밭에 금잉어
    * 술안주도 할 때지!
    * 아! 자네는 갇히운 우리의 마음을 그 얼마나 꾀이노!   (1923.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