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공부방2

종섭님두번째

덕화2001 2007. 2. 28. 17:12
종섭님두번째  
2.2.3. * <무제> / 김소월

    * 그만두자, 자네, 나는 이제 더
    * 자네를 걸어 너저분한 말을 늘어놓지 않겠네.
    * 나는 조선인, 자네는 바람
    * 나와 자네는 너무도 알고, 다시금 자네는 조선 산천을 집 삼아 떠도는 바람이므로.
    * 경성(京城), 평양(平壤), ○○○, 철원(鐵原), 개성(開城), 신의주(新義州), 부산(釜山),
    * 조선의 아무데나 풀이나 나무, 도시와 촌락
    * 아무런 곳이나 조선이거든 가는 곳마다,
    * 마음을 바람아 물어보라, 조선이라는 조선의 넋에다가, 그대 말로.


   위 시들은 우리 독자들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소월의 시들과는 그 유형이 사뭇 다르다.
   대체로 소월의 시는 문장이 무척 깔끔하고 시어를 남발하지 않으며, 율격이 정확하여 시원스럽다.
   그러나 위 시는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려는 것처럼 절제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직설적 표현이
 과하다. 즉, 시인은 끓어오르는 저항의지를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 시는 소월이 대성하기 전에 쓰여진 작품이거나 시상에 대한 초안을 잡아놓은 것으로
 보여지는데, 이제까지 소월 시의 평가에서 이런 사실들을 과소평가함으로써 소월 시에 대한 저항시로
 의 접근을 주저하게 되지 않았는지 한 번 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바라건데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섭대일 땅이 있었다면>를 보면, “벌 가의 하루 일을 다 마치
 고/석양에 마을로 돌아오는 꿈을,/즐거히, 꿈가운데,//그러나 집잃은 내 몸이여,/바라건대는 우리
 에게 우리의 보섭대일 땅이 있었더면!/이처럼 떠돌으랴, 아침에 점을 손에/”라면서 이상(꿈)과
 현실의 심각한 괴리를 직설적으로 통탄하고 있다.

   이 시들은 분명, 소월이 공개적으로 한 항일의 어록이나 적극적인 저항운동경력이 발견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의 마음속에 저항의 의지가 강하게 자리하고 있었다는 논거로서 충분하다. 단지, 이 시들
 은 대표적 소월 시 대열에 포함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사실은 읽는 관점에 따라 상당수의 소월 시가 저항시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으며, 그가 대상
 으로 삼은 연인(戀人)은 단순한 개인이 아니라 한용운의 님과 같은 국권, 또는 국권을 빼앗긴 조국을
 의미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말해준다.

 2.3. 남한에서의 저항적 평가

   최근에 와서 그의 시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민족적 시로 분류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예를 들어 오세영 교수는 그의 저서에서 “한으로 고백된 그의 서정시들은 개별적 작품에서는 비록
 개인적 사랑을 노래했다 하더라도 총체적 의미망 위에서는 민족의 상실을 노래한 것이 된다.”  오세영, {김소월.그 삶과 문학}, 사울대학교 출판부, 2000.9.10, p.99

 고 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그의 시를 “구체적으로 현실을 직시하고 식민지의 불행과 슬픔을 노래
 함으로써 어두운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가슴에 하나의 등불을 켜 주었다는 점에서 또한 민족의
 시이다.”  오세영, {김소월.그 삶과 문학}, 사울대학교 출판부, 2000.9.10, p.100
라는 정도로 해석하였을 뿐, 그의 시에 대하여 어디까지나 개인적 사랑을 노래하였다고
 보는 견해는 달리하지 않는다.
   저항시를 분석함에 있어 “저항적 의도로 쓰여진 것이라 할 수 있느냐”하는 점은 중요하다.

   서울대학교의 권영민 교수는 그의 저서 {항일저항시감상}에서 소월의 저항시를 총 7편 소개하였지
 만, 여기에는 이상화, 변영로, 심훈, 김영랑, 박용철, 이육사, 윤동주와 함께 한용운의 시를 6편만
 실은 것으로 보아 저자가 판단한 일제저항시를 모두 수록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또 김소월에 대하여 “일제 식민지 시대의 암울한 현실 속에서 민족의 정서를 율조있는 언어로 노
 래한 시인이다.”라고 했을 뿐, 소월 시에서 사랑과 이별이 개인적인 것이라는 기존의 논조를 특별히
 지정하여 뒤바꾸지는 않고 있다.  권영민, {항일저항시감상}, 독립운동사 교양총서 제17권, 독립기념관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1991. 9.22., pp.96-165

   그러나 저자가 소월의 <길>을 항일 저항시로 선택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김영락 교수는 한-영 대역시집인 그의 저서 {일제기의 저항시인들}  김영락, {일제기의 저항시인들}, 세종출판사, 2004.10.30., pp.16-57
에서 총 21편의 소월 시를
 번역, 소개하고 있지만 그 책의 서두에서 “본래의 의도는 저항시만 수록하려 하였으나 저항정신을
 가졌던 시인들로 약간의 방향전환을 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김영락, {일제기의 저항시인들}, 세종출판사, 2004.10.30., p.1
라면서 그 서적에 실린 많은 시들 중
 상당수가 저항시가 아님을 밝히고 있으며, 소월 시중 어느 것이 저항시적 요소가 있는지도 지정하지
 않고 막연히 소월을 저항시인으로 분류하고 있는 정도이다.
   다만 저자는 30년대의 시인 이상(李箱)까지도 저항시인으로 분류  김영락, {일제기의 저항시인들}, 세종출판사, 2004.10.30., pp.60-85
하고 있어 저항시의 범주를 꽤
 넓게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도현의 <김소월의 현실지향적 시의식 연구>에서는 소월의 시를 현실지향적 관점에서 “소월의
 시세계는 시종 개인적인 감정과 환상에 탐닉한 당대 낭만주의 시인들의 현실도피적이고 퇴영적인 시
 세계와는 구분되는 현실지향성을 보이는 것으로 판단된다.”  전도현, [김소월의 현실지향적 시의식 연구], {한국학연구}, 고려대학교 한국학 연구소, 2001년,
  p.117
라고 하면서 저항적 요소를 어느 정
 도 인정하고 있지만 실제 각론에 들어가서는 심층적인 접근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2.4. 북한에서의 저항적 평가

   한편, 북한의 서적 {북한의 비판적 사회주의 문학연구}라는 책에서 저자 리동수는 김소월의 시
 에 대하여 “그의 시는 당대 사회의 악덕과 모순을 적발하고 예리하게 규탄하거나 그러한 현실에
 대한 시인 자신의 태도를 직접 표현하고 있지는 못하다. 그러나 일제 침략자들에게 짓밟힌 향토와
 겨레에 대한 동정과 사랑으로 충만되어 있으며 귀중한 모든 것을 빼앗긴 수난자들의 설움과 비분으로
 차 넘치고 있다.” 리동수, {북한의 비판적 사회주의 문학연구}, 살림터, 1992.1.10, p.198
라며 남한의 평론가들에 비하여 더 적극적인 항일의 시로 평가하고 있다.

   또 비평가 송희복 박사는 북한에서는 특히 소월의 시를 낭만주의보다는 사실주의로 본다면서,
 안함광이 “농촌과 농민들의 생활에 깊은 관심과 주의를 돌렸다.”라고 평가하고 있으며, 현종호는
 “소월의 서정시에서 가장 많은 수에 달하는 작품은 잃어진 조국강토에 대한 그리움과 생의 권리를
 잃은 농민들의 고달픈 심정을 노래한 시들이다. 그는 그와 같은 향촌농민들의 서글픈 심정을 때때로
 님과 그리고 자연과의 통일 속에서 극히 정서적으로 노래하였다.”라고 한 사실을 밝히고 있다.  송희복, {김소월 연구}, 태학사, 1994년, pp.188-193



3. 이별과 슬픔 속의 저항의 어조

 강조할 필요도 없이, 시는 무릇 흐르는 물의 깊은 속과 같아서 추정하여 해석할 수 있을 뿐이다.
 뿐만 아니라, 시어의 중의성으로 인해 소월의 시가 하나같이 슬픔을 노래하고 있다지만 그것이 실제
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읽는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될 수 있으며 그것이 바로 독자의 권리이며 자유일 것이다. 학술적으로 구조를 분석하는 경우에도 민중을 대상으로 하는 저항시의 경우 시를 읽을 때의 느낌과 그 상태에서의 의미의 이해는 중요하다.

 우선 찢어지는 시인의 마음을 읽어보자.

 3.1.  * <초혼(招魂)>/김소월

   *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 허공(虛空) 중(中)에 헤여진 이름이여!
   * 불러도 주인(主人) 없는 이름이여!
   *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 심중(心中)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허공(虛空) 중(中)에 헤어진 이름'은 무엇이며, 불러도 하필 '주인(主人) 없는 이름'인 혼을
 부른단 말인가? 그러면서도 "심중에 남아있는 말 한마디"를 "끝끝내" 하지 못한 것을 보면 필시
 터놓고 말할 수 없는 연유가 있을 것이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애절한 표현이 평범한 민중독자에게는 오히려 더 큰 호소력을 갖는다. 그
 뒤에 감추어진 진정한 의미를 좀 더 깊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독자는 그 혼을 부르는 이유
 즉, 이 시에서 직설적으로 감정을 토해내면서도 의도적으로 감추려는 그 사건이 궁금하다.

   * 붉은 해는 서산(西山) 마루에 걸리웠다.
   * 사슴이의 무리도 슬피 운다.
   * 떨어져 나가 앉은 산(山) 위에서
   *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 부르는 소리는 비껴 가지만
   *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붉은 해가 서산(西山) 마루에 걸리우고 사슴의 무리가 슬피 우는 정경"은 산이 많은 우리 강산의
 저녁 풍경임이 분명한 것 같은 데, 쓸쓸하게 저물어 가는 설움에도 하늘과 땅 사이가 그토록 넓어
 무엇인가 다가갈 수 없는 점을 시인은 통곡한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과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어"가깝고도 먼 안타까운 현실에 울부짖고 있는 것이다. 하늘은 이상이고 땅은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는 소월 시에 있어서 <바라건데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섭대일 땅이 있었다면>에 이어 두 번째로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통탄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이상한 점은, 그 혼이 실제로 죽은 사람의 혼이었다면 이미 이상은 없어진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인데 이상과 현실이 너무 멀다고 한 사실(“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은 모순이
 다. 따라서 화자가 부르는 혼은 죽은 사람의 혼을 빌었을망정 실은 죽은 사람의 혼이라고 보기 어렵
 다는 사실이다. “부르는 소리는 비껴”간다는 것은 이상이 아직 존재하고 있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다다르기 어려울 뿐이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 외에, 구조적으로 볼 때 사건은 없고 산산이 부서진 이름만 비통하게 부르고 있어 단순하게 한
 개인의 죽음을 노래했다고 단정하기에도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시인은 마치 연인(戀人)이 어딘가 살아있어서 자신의 육성을 듣고 있으리라는 착각
 속에 빠져있다.” 김윤식.조남철 공저, {한국근대작가론}, 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부, 2005. 1.25., p.52
라고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며 그 나름대로 타당성을 갖고 있긴 하지만
 “상실된 국권은 마땅히 다시 찾아와야 하는 것인데, 그것은 죽도록 바라는 이상일 뿐 현실은 그러하
 지 못해 통탄하고 있다.”라고 해석하는 것이 이 시의 모든 행을 보건데 더 합리적인 해석일 수도 있
 다. 즉, 이 시의 3, 4연을 다음과 같이 읽어 정리할 수 있다.

   * 붉은 해는 서산(西山) 마루에 걸리웠다.  // 국운이 기울었다.
   * 사슴이의 무리도 슬피 운다.             // 모두 슬퍼한다.
   * 떨어져 나가 앉은 산(山) 위에서         // 잡을 수 없는 운명 위에서
   *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 조국을 부르며

   *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 한탄하노라
   *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 부르는 소리는 비껴 가지만              // 조국은 민족의 소망을 아랑곳 하지 않아
   *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통탄한다.

   이러한 해석의 접근방법은 본 졸고에서 예로 든 소월의 모든 시에서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참고적으로 1955년 조선작가동맹출판사에서 발간한 {김소월시선집}  김소월(발행인 엄호석), {김소월 시선집}, 조선작가동맹출판사, 1955.12.10, p.214
에서는 소월의 시 <초혼>
 에 대하여 “[선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라고 조국을 애타게 부르
 며 통곡의 정신으로 노래”하였다고 적고 있으며, 비평가 송희복 박사는 그의 저서  송희복, {김소월연구}, 태학사, 1994년, p.193
에서 “특히
 그의 대표적인 시 <초혼>에서는 나라를 빼앗긴 민족의 슬픔을, 떠나간 련인에 대한 그리움에 비유하
 여 가슴 아프게 노래하고 있다.”라고 한 북한의 서적 {조선문학개관I}의 글을 인용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