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
광주왕실도자기축제 백일장 심사평
가을 하늘 빛이 / 내 마음까지 푸르게 만들고
코스모스가 나에게 살짝 /사랑 하라고 말 합니다
가을엔 왠지 / 사랑에 깊이 빠져들고 싶어집니다
지금 읽어 드린 시는 용 혜원님의 시입니다. 청소년들과 일반인들의 잠재되어 있는 문학적 소질을 발굴하여 문학인으로 인정을 받게 하는데 목적이 있는 광주왕실도자가축제 백일장을 실시한바 응모 작품들을 지부장님을 비롯 모든 심사위원님들과 보며 심사라기보다는 마음이 가을 하늘처럼 푸르러졌고 깊어져 이 가을에 위의 시처럼 사랑에 깊이 빠진 것 같은 착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마음의 창들을 원고지라는 창을 향해 들여다보며 우리 주위는 아직도 이렇게 맑음이, 푸르름이 가득 찼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일반부 또한 응모를 많이 해 주셔서 광주가 도자기의 고장임은 물론문화의 고장임을 실감했습니다. 응모원고를 읽어가며 원고지가 종이로 보이지 않고 싱싱한 연녹색의 잎으로 다가와 수많은 잎이 행여 누락될까 부드러운 잎들을 살폈습니다. 대상을 비롯하여 장려상은 물론 모든 작품들이 우열을 가릴 수 없이 손울 놓기 싫었으나 아쉬움을 뒤로 하고 그중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의 작품을 같이 음미해보고자 합니다.
먼저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정갈한 맞춤법에 또박또박 써 내려간 글씨가 수려한 문장과 함께 다가왔습니다. 저학년으로 갈수록 컴퓨터 앞이나 게임기 앞에만 있는 개구장이로 알았는데 또렷한 의식과 무한한 상상의 세계를 걷고 있는데 새삼 놀라웠습니다. 가을 동시 동화를 수 십 권 읽은 느낌이였지요. 글의 제목으로 『지갑』이나 『도자기』 『흙』과 같은 주제를 다루는 마음들이 심사평을 쓰는 온 밤 내내 별을 보듯 신산 했습니다
먼저 대상 받은 초등학교 1학년의 구도영의 동시 『지갑』이라는 동시를 보면서 과연 어린이다운 발상이라고 미소를 머금었습니다.
지갑
풍선 같은 나의 지갑
절 한 번에 지폐 한 장
심부름 한 번에 동전 하나
빵빵하게 배가 부르네
구도영의 『지갑 갑』 1연
지갑은 2연에서 요술지팡이가 되어 장난감도 되고 게임기도 되고 동생의 옷도 되며 나아가 불쌍한 사람을 보면 저절로 열린다는 큰 세상이 들어 있는 이 작은 시인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지폐 한 장이라고 쓰지 않고 종이돈이라고 했으면 동전과 함께 더 시가 살아나지 않았을까 여겨집니다. 두 번째 최우수상을 받은 초등학교 2학년 전영진의 『도자기 』시를 보면 사물의 소리와 모양을 나타내는 의성어와 의태어를 넣어서 시를 썼다는데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도자기
흙을 매치자
꽝꽝
흙은 앙앙
전영진의 『도자기』1연
흙을 만지며 꽝꽝, 앙앙, 아야 같은 의성어와 방글방글, 아이 뜨거워 등 의태어를 쓰다가 이에 그치지 않고 마침내 흙이 도자기로 변하는 완성의 시를 썼습니다. 아쉬운 점은 흙을 매치다가 아니고 메치다가 맞겠지요. 세 번째 초등학교 3학년 이 지희의 『흙은 내손이 좋은가봐』작품은 흙을 친구처럼 주무르며 친해지는 과정을 아주 재미있게 표현 했습니다. 손톱 밑에 들어간 흙까지 숨바꼭질이라고 표현하고 털썩 주저앉아 놀면서 만들면서 상상의 나래를 편 동시였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화가는 그림을 그리고 음악가는 소리를 아름답게 표현하지만 글은 이 모두를 아우르며 그림처럼 음악처럼 우리의 곁에 다가와 우리의 마음을 적셔주는 가을햇살 같다는 느낌을 말씀드리며 이번에 응모한 모든 분에게 튼실한 우리 글을 통하여 광주에 문학의 꽃이 피워지길 바라면서 심사평을 대신할까 합니다.
글쓴이김 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