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화2001 2009. 5. 5. 15:42

 

삼가드립니다

 

선생님 시는 써보았지만 선생님께 편지는 처음 써봅니다

선생님께로 가는 오늘 선생님은 설흔네살이 되시고 저희들은 열일곱이 되겠다고 매해 말씀드렸었습니다만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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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세월은 어쩔 수 없이 흘러 선생님도 산을 내려오시고 저희들도 산을 내려오는 도중인것 같습니다 산을 내려오시는 동안 지나간 추억만 많이 쌓이고 무엇을 잡고 산을 내려오며 붙잡아야 되나 많이 힘드시지요 선생님께 우리가 학교 다닐때처럼 젊음을 드릴 수 있는 샘물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더불어 저희도 어려지니까요 아기를 낳을때 도와주는 이를 옛날에는 산파라고 했지요

우리가 학교라는 커다란 문을 열고 들어가서 잘 여물게 가르쳐주시고 사회라는 틀 속으로 산파라는 역할을 하시며 내어보내셨지요 사회에 나와 모든 이들과 어울리며 산파역할을 해왔고 아직은 또 할일이 있을까 찾아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아직도 할일이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물위를 걷는 것만이 기적이 아니고 우리가 지금 걷고 숨쉬고 이웃과 정담을 나누는 오늘 하루가 기적이라고요 어느 시인이 이렇게 말했지요 젊어서 빨갛게 보던 꽃이 나이 먹었다고 하얗게 보이지 않고 더욱 붉고 아름답게 보인다구요

 

선생님은 어쩌면 더붉게 저희들은 조금 덜붉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생 백세를 사는 요즈음 선생님! 더욱 힘을 내시고 떠오르는 오늘 하루의 태양을 황홀하게 맞이하시고 건강하시기를 바라며 제자 부끄럽게 펜을 놓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