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을기리며외
님을 기리며 순국선열의 날에 (헌시)
실에 꿰인 바늘이 촘촘히 천과 천을 이어줍니다
내 어머니 평생 나를 이렇게 꿰매어 나를 만들었지요
가끔 거울을 들여다보면 거기엔 나의 피와 살이었던
어머니가 나를 보며 울음인듯 웃음인듯 보고 있지요
실에 꿰인 바늘을 들고 조선이라는 나라를 구하신 님들은
나라를 구하고자 자신들의 몸에 바느질을 했습니다
뜯어지면 살한점 보태고 피한방울 물들여 이 땅을 지켜냈지요
달군 인두불이 수없이 몸을 지나가도, 그 처절함에도
가볼 수도 없는 미래를 위해 올 수도 없는 미래를 위해
기꺼이 한몸 던져 아름다히 대한민국을 수놓았습니다
다시는 어두워 지지 않을 새벽을 위해 미래의
만듦과 만들어짐의 무거운 짐을 진 우리들, 그분들의 붉고도
푸른 넋 앞에 조금은 가시에 찔려도 피 한 방울 흘려도
부끄럽지 않은 내일의 거울이고자 합니다
거울에서 어머니를 만나듯 님들이 보고 싶습니다
님들의 피와 살점이 재봉틀로 박아낸 천 조각처럼 선명히 박힌
당신과 나의 나라 우리 모두의 조국을 지켜낸 님들의 울음인듯 웃음인듯 숭고한 모습이 사뭇 그리운 오늘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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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른고을 아리랑 (축시)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오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가지마소 가지마소
나를 두고 가지마소
구비고운 산길돌아
건드렁바위 스리살짝
넘어넘어넘어 가지를 마소
돌아오소 돌아오소
내 고향으로 돌아오소
근심걱정 없다는
무수리 마을을 지나
금싸락 은싸락
온마을 비추고
맑은 아리수젖줄 흐르는
우리네 곁으로 돌아오소
청석바위 양픈바위
너븐바위에 까치발로 서서
저 멀리 보이는 나들목 고개
너머너머너머 그 너머
고향찾아 사븐사븐 즈려밟는 고운내님 보이네
육날미투리 짚세기 신고
남한산성 지켜낸 우리의 얼
보고자운 내고향으로
살고자운 내고향으로
구리발톱 갈고닦아
너른고을 만들고 지고
청천하늘엔 잔별도 많구요
우리네 살림살이엔 수심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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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가던 날 (헌 시)
다른 옷은 입을 수 없노라
가시의 옷위에
시인의 옷을 부끄럽다 걸치더니
그대여 다른 옷을 입었는가
금실햇살 쏟아지는 평온의 언덕에
백장미 신부 되려고 먼길 떠났는가
꽃구름 타고 떠나는길
솔바람이 인도하는 하늘 나라 보내리
낮은데로 흘러서 맑은 물 되자고
주야로 기도하던 두손의 모습대로
다른 옷을 기꺼이 받아 안았는가
이웃에게 새 생명 모두 나누어 주고
죽어도 죽지않는 부활의 옷을 입었네
죽어도 죽지않는 새 생명의 옷을 입었네
다른 옷을 받아 안고
영생의 옷을 입고서
사랑하는 이여 먼 길 떠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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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약식 문화원 새해(축시 )
제야의 긴 옷자락 차마 보내고
수줍음과 함께 오는 첫 새벽
새 신부 맞이하듯 두 손 내미네
신이 주신 미래의 옷을
남루의 몸에 고즈넉이 걸치고
새 날에게 다짐하네
먹구름속 시나브로 햇살 비추듯
굽은 가지 사이 언뜻 달 비추듯
바래움이여 설레임이여 같이 가자고
다복솔 붓 되어 사브작 사브작
너른 잎 위에 초록으로 꿈을 그려보는
새 아침은 황홀한 초례청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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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광주노인복지회관 (축시)
아람버들 회덕동 옛길을 따라
너른고을 숯가마골에 뿌리내린 꿈의 터
어디 가세요
응 저기 저 복지관에
가슴 한가운데 상처를 내고
얼레실에 몸을 맡겨 하늘 높이 나는 연
옅은 청보라 햇살 밟으며
새로운 만남의 눈부심에
황홀한 붉은 단풍사이로
꿈을 나르는 어르신 발걸음
응어리진 가슴속 실타래를
엉키지않게 풀어내려
아스라한 세월의 끝자락을
질끈 붙잡고
훠어이
연이 되어 높이 날아 오른다
하늘을 나는 순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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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학이되고 꽃이 되고 무엇이 되기 위해(축시) 청자 항아리에서 학이 날고 있다 우리의 선조들 두루마기 휘날리며 더덩실 춤을 추던 까마득한 그 옛날처럼 청자 항아리에서 학이 난다 백자 항아리에 꽃이 피어 있다 땅속에 뿌리내린 조선의 꽃들이 질박한 도공의 손을 빌어 다투어 밀어 올려 꽃으로 피어 난다 천도의 가마속에서 용트림이 심해 이지러지고 찌그러지고 무너지고 자빠져도 겨레의 염원을 눈물로 모아 다시 일어선 철화용문항아리 이그러지고 찌그러진 철화용문 항아리 뜨거운 불 이겨낸 우리의 기백처럼 가마속에서 용트림이 심해 무너지고 자빠져도 살아 남은 용문 항아리 청초 간결 기품을 잃지 않고 부서져도 다시 다져지는 흙의 질긴 목숨되어 뜨겁고 뜨거운 불속에서도 살아 남아 학으로 날고 꽃으로 피어 난다 청자항아리에서 학이 난다 백자항아리에서꽃이 피어난다 ------------------------------------------------------------------------------------------------------------------- |
어느 장한 아들
소방공무원 최영환의 젊은 넋을 기리며 (헌시)
9
9헌시
한송이 꽃으로 서른 두 해 살다가
한줄기 바람으로 떠나려는 님이여
조금 전 까지 거기 그 자리에
부르면 날아가는 늠름한 불화살이였는데
그대 어디로
어디로 가시렵니까
온몸으로 날 수 없는 몸부림에
슬픔이 천천갈래 만만갈래
어울리며 살아가는
질퍽한 삶의 뒤켠에서
내가 아닌 모든 나를
온 몸으로 살피시다가
그대의 꽃다운 넋
푸른 강물에 입맞춘 날
아 붉은선혈의 꽃 문신처럼 새긴 날
님이여 차마 보낼 수 없는 님이여
당신이 몸을 던진 강물 쉬임없이 흐르듯
당신의 푸른꿈 우리가 지키고 지키리다
다 못이룬 사랑 이별조차 가여워
눈물꽃 핏물처럼 번지는 이 날
흰나비 가이없이 당신에게 날리리다
손톱끝에 울음을 삼키리다
편히 가소서 부디 편히 가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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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날다
소상공인의 날에(축시)
갤러리 이층에서
창밖을 본다
갤러리는 어쩌면 외로운지도 모른다
파란 잔디위 조는 소나무
잔잔한 음악에 가지를 구부정히 늘어뜨리고
강물도 안단테로 물결지으며 어디론가 가고있다
흐르지 않으면 물이 아니오
피지 않으면 꽃이 아니오
불지 않으면 바람이 아닌가
밖을 보며 마음이
흐르기도
피기도
불기도 하니
나는
물이요 꽃이요 바람인가보다
지난날
온통 경제라는 지레밭을 헤매며
가장의 자리를 지켜온 아비는
지어미의 이건 밥 이건물 이건 반찬하며
달캉살캉 살아내는 젖은 손을 잡아주지도 못했다
행여 남에서 봄바람 불어올까
된 우박에도 이른새벽
이슬로 몸단장하고 직립으로 서서
언제나 하늘을 바라보는 풀이여 나무들이여
그리하여 우리는
손에 물갈퀴를 달았다
넓은 세상을 헤엄치기 위해
발에 바퀴를 달았다
둥근 바퀴를 달지않으면
이 모난 세상을 달릴 수 없기에
가슴에는 날개를 달았다
날개를 달지않으면 아무도 날 수 없으리니
깃발처럼 나부끼는 부푼 마음을 활짝 열어
양팔벌려 소리내어 하늘에 외쳐본다
우리는 우리는
불타오르는 촛불
꺼지지않는 불화살
마르지않는 샘물
그래서 나는 지어미의 손을 잡고
갤러리에서 밖을 보며
흐르기도 피기도 불기도하여
물이 되고
꽃이 되고
바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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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보시기에 참으로 좋은
90년사 축시
이 땅에 떨어진 복음의 씨앗
너른고을에 처음 심던 날
하나님의 보시기에 어여쁘셨음이라
예배와 기도로 간구하여
다사로운 햇빛 비추어 싹이 나니
하나님의 보시기에 흡족하셨음이라
거룩한 성전 지어 횃불 밝히고
척박한 땅에 믿음의 깃발 세우니
하느님의 보시기에 아름다우셨음이라
주님의 몸되신 거룩한 성전
황홀한 고통의 새벽불 밝혀
릴레이하듯 달려온 성화의 길
육의 몸은 풍화작용으로 사위어 가지만
영은 주님의 보혈로 거듭 나 새롭게 되매
맑은 영혼 교회로 구름처럼 모이리
중생 성결 신유 재림 사중복음
하나이던 씨앗 꽃피워 열매맺으니
그 열매 어제는 백배 오늘은 천배
내일은 천배의 천배 아니 그보다 더
주님 바라보시매
기쁨의 웃믐인듯 눈물인듯
부활의 십자가 위에서 가시관 쓰시고
새 날 준비 하려 홀로 유영하시니
사랑에 사랑을 더하여 풍성하고
절대 영원의 하늘 봉우리 솟아 올라
광주 성결교회 십자가 사방으로 빛을 발하매
하나님의 보시기에 참으로
참으로 좋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