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살이 시집살이
아침일찍 눈이 떠지는 나는
딸아이가 깰세라 까치발로 다니며 밥을 안치는 중이다. 나이를 먹으니 잠이 도망갔나 새벽이면 어김없이 잠이 깨고 마는 요즈음이다. 밥을 살금 안치고 창문을 여니 맑은 공기가 온 전신을 감사며 거실이며 방이며 부드럽게 휘젓고 다닌다 리모델링을 하고 딸아이와 함께 살게 되면서 첫번째로 문을 여는 공부부터 했다 공부라니 그래 공부맞다 둘째를 키워서 시집을 보내고 막내 아들을 6년전에 장가보내고 외손주도 둘 내 인생은 이제 내 마음대로 즐기면서 살겠다고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놓았다
어느날 큰딸이 찾아왔다 우리집을 리모델링을 해서 같이 살자는 제안을 하였다 이제 겨우 일에서 풀려 났는데..... 차도 팔았는데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놓고 좀더 인생의 후후반전을 살아보려 했는네......만가지 상념이 겹쳐서 6개월만 생각을 해보자고 남편과 상의 하였다 모임을 나가면 딸아이와 사는 문제를 필두로 찬반이 엇갈렸다
"아이구 왜 합치려고 하세요 그냥 두분이 사세요"
합치세요 들어온다고 할 때 얼른 오게 하세요'
설왕설래 끝에 합치기로 마음을 먹었다 딸은 살림을 줄여야된다고 압력을 넣었고 서울 임시로 딸네집에 가기로 정해놓고 애지중지하던 살림을 줄여나갔다 오매불망 내게 입혀지기만을 기다리던 옷들을 쓰레기 버리는 날마다 산더미처럼 골라서 버리기 시작하였다 버릴때는 서운했지만 버리고 나면 이삿짐이 작아지는 바람에 버리고 버리고 마지막 이사가기전에는 먹던 고추장까지애통해하며 버려야했다
버릴줄 모르던 내가 물건을 버리고 나니 쳇증이 내려가듯 속시원함은 무슨 연유일까 드디어 이사아닌 이삿날 딸네집으로 가는 날 이삿짐센터에서 물건을 실으러 왔다 선택받은 짐들은 차곡차곡 창문을 통해 아래층으로 내려가고 실리지 못한 짐들은 폐기처분 하려고 밖으로 내몰리는데 밥솥이며 그릇들이 순교를 기다리듯 숙연한 모습이었다 누가 알아 폐기처분 마당에서 간택받듯 어느주인에게 실려갈지....
서울 문정동으로 입성, 짐구러미를 들고 딸네집에 들어섰다 이제부터 시집살이 아닌 딸살이가 시작되었다 그다음 날 우리남편과 가져온 옷짐을 다 대형 세탁점으로 싣고 갔다 오래된 옷이라 냄새가 난다고 빨아야 한단다 대꾸없이 옷보따리를 풀어서 빨아서 건조시켜서 집으로 가져와서 옷장안에 넣었다 기분은 상쾌했다 그다음 날 새벽에 딸내미가 새벽 6시에 일어나더니 밥을 하기 시작했다 압력밥솥보다 더 무거운 돌솥밥에 밥을 지으니 무게때문인지 넘지도 않고 밥이 잘되었다 반찬은 무국에 고기 구이 그런데 여자들은 내가 한 밥이 아니면 무조건 맛이 있다더니 국도 굴맛 밥도 꿀맛이었다 부지런히 부무에게 밥을 차려주고 회사로 딸은 떠났다
15층 밖을 보니 광주와 다르게 야경이 너무 멋있었다 저녁은 항상 간단히 먹었지만 문제가 또 있었다 어디를 잠깐이라도 나갔다 오면 꼭 샤워를 해야하고 잠옷으로 갈아 입는것, 자식도 내보냈다가 같이 살면 틀린게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세수를 하고 밑크림을 네가지씩 바르고 머리는 꼭 드라이 기로 말려야한다
딸아이와 산지 다섯달째 조금은 익숙한것 같아도 여전히 매일 딸에게 야단맞고 산다 예전에 내가 하던 방식의 살림이 아니라 그대로 배우기로 했다 하지만 딸아이가 안쓰러워 아침에 먹을 준비할 반찬거리를 해 놓으려고 물어본더 예전 방식과 다르게 간단히 차리는 밥상이지만 단백질과 야채 탄수화물이 조화된 식단은 남편이나 나를 즐겁게 만든다 만일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딸과 엄마처럼 되면 좋으련만 딸살이와 시집살이는 다른것 같다 달콤한 딸살이라고 마음을 바꾸니 신식아이들에게서 배울게 많다
나이먹으니 손힘이 약해졌나보다 툭하면 냉장고 문이 열렸다고 야단맞기일수다 그리고 냉자고문은 양쪽에서 건드리기만 해도 열린다 시새워서 열려 자기를 봐달라고 하는듯하다 문정동에서 광주까지 매일 출근하다시피하니까 남편이아 나나 살이 조금씩 빠지는것 같다 아침에 출근하려면 꼭 딸아이가 드라이를 해주고 화장을 해준다 학생들이 많이 이뻐졌다고 이야기 하니 듣기 싫지는 않다
7월도 더위가 조금씩 가시고 조금시원하다 달아이가 아프다고 일찍 들어왔다 걱정이 된다 먼저번은 남편이 아파서 걱정했고 요즈음은 내가 아파서 며칠을 쩔쩔 맸는데 딸이 아프다니 은근 걱정이 된다 행주도 꼭 냄새안나게 빨고 세탁 빨래도 이제는 익숙해져갔다 아침을 내가 했으면 좋겠는데 일찍 일어나서 하니 측은한 생각이 든다 신식으로 하는 반찬도 유심히 살펴가며 50년노하우를 버리고 딸내미하는 식으로 하기로 했다간단히 빕 국 찌개 김치 고기 야채 건강식으로 먹으니 마음이 행복해졌다며느리 시어머니라면 견디지 못했을 살림이 딸의 잔소리를 즐겁게 들으려고 애쓰니 매사가 즐겁게 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