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방 4
남한산성 그루터기
덕화2001
2024. 12. 29. 12:05
내 언제 예서 태어났는지 알수 없으나
피바람 몰아치던 환란이 아니었나 싶다
팔도에서 몰려온 늠름한 승군들이
남한산성을 호위하였고
꽃다운 나이에 얼매나 많은 젊음이
이곳에서 사라졌는지
내는 보았노라 그리고 겪었노라
그루터기의 다짐
캄캄하고 고요한 밤에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내 왼 팔,팔 내 오른 팔,팔
저만치 나딍굴며
눈바람에 윙윙 울부짖었지
수어장대 매바위쪽 돌담너머는
차마볼 수없어 두 눈 감았어
******
..
어젯밤 꿈에 어린 소나무 뿌리가
내게와 속삭였지
할아버지는 이제 사람들이 쉬어가는
그루터기가 되었다고
우리는
뿌리끼리 팔다리 잘린 나무를 일으켜
살리려 치열한 생의 몸부림중이라고
어느 나무는 별장의 울타리가 되고
어느 나무는 또 무엇이 되려고 준비중이라나
이 한 몸
생의 끝자락에서 남한산성 찾는 길손 맞으며
수어장대 지키는 그루터기로 내는 살아가리
살아가야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