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가엾은 네 식솔의 영혼....개나리
꽃까마득히 멀고도 먼 옛날 한 시골에 찌그러져가는 오막살이집 한채가 있었습니다.이 집에는 홀로된 어머니가 여덟 살 나는 개나리라는 여자애와 여섯 살 나는 사내애를 데리고 살았습니다.워낙 집이 구차하여 쌀 독에 거미줄을 치고 산 사람의 입에 풀칠조차 하기 어려웠는데 하늘 같이 믿던 아버지마저 세상을 뜨니 살아갈 길이 더욱 막연하게 되었습니다.어머니가 어디 나가서 삯방아나 삯바느질을 하려 해도 사람들은 홀로된 어머니에게 아무런 일거리도 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어머니는 눈물과 한숨으로 끼니를 때우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철없는 어린것들은 배가 고파서 어머니 옷자락을 부여잡고 밥 달라고 목놓아 울었습니다.어머니는 굼주림에 시달리는 애들을 가만히 앉아서 보고만 있을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에게는 단 한 가지 빌어먹는 길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바가지를 들고 밥동냥을 다녔습니다.
몸도 바로 가누지 못하면서도 이집 저집을 찾아다니며 밥 한 술이라도 바가지에 담아 달라고 빌고 빌었습니다.이 날부터 개나리네 세 식구는 밥동냥을 해서 기구한 목숨을 이어갔습니다.어머니는 나이 어린 오누이를 살리기 위하여 귀로 차마 들을 수 없는 소리에 소리도 듣고, 한 몸에 받기 어려운 천대도 달게 받으며 이 동네 저 동네를 돌아다녔습니다.아이들도 차차 밥동냥을 하는 어머니를 따라나서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처지를 딱하게 여긴 가난하지만 마음씨 차한 이들도 어머니가 든 동냥바가지에 먹던 밥을 덜어서 담아 주었습니다.
그러나 세상에서 마음이 숯덩이 처럼 검고 호랑이같이 무서운 사람도 있었습니다.그들이 뜰에 들어서기도 전에 무서운 개를 풀어 놓지 않으면 대문을 덜컥 잠가 버렸습니다.하느님은 어진 사란을 도와 준다 했지만 꼭 그렇치도 않은 모양이었습니다.개나리네 세 식구는 정말 죽지 못해 살아갔습니다.그러던 어느날 어머니는 집에 돌아오자 통나무 넘어지듯 쓰러졌습니다.
그 날 밤으로 어머니가 열 달이 채 차지않은 유복자를 낳았습니다.어머니는 정신을 차리긴 하였어도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없어 눈도 뜨지 못하고 식은 땀만 흘리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가끔 무서운 소리를 질렀는데 그 때마다 갓난애가 놀라며 울음을 터뜨렸습니다.어머니가 빈 젖꼭지를 어린애에게 물리면 갓난애는 젖을 달라고 울어댔습니다.개나리는 갓난애를 안고 달래 보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사정이 여기에 이르렀으니 이제는 개나리가 바가지를 들고 밥동냥을 나가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날이 밝아오자 개나리는 동냥바가지를 들고 밥동냥을 나갔습니다. 한겨울의 하늘은 너무나도 싸늘하였습니다.언 손을 마주 비비며 밥을 빌다가는 울고 울다가는 밥을 빌었습니다.개나리의 두 볼에서 흐르는 눈물은 고드름이 되었습니다.해질 녁이 되어 허둥지둥 한 동네에 들어서니 한 노인이 어린 개나리가 동냥바가지를 들고 다니는 것을 보고 자기집으로 데리고 가서는 얼어서 달가닥 소리가 나는 개나리의 손을 녹여주었습니다.
그러면서 그 노인은 개나리의 가엾은 처지를 캐물었습니다.개나리는 인자하신 어머니가 제 앞에 않자 계시기라도 한 듯 자초지종을 말하고 나서 노인의 품에 얼굴을 파묻으며 슬피 울었습니다.개나리의 얼굴에선 눈물이 방울방울 굴러떨어졌고 노인의 가슴 속에는 피가 떨어졌습니다.하지만 혼자 외롭게 살아가는 할아버지 신세도 굶기를 밥먹듯하였으니 가련한 어린 소녀를 도와 줄 형편이 못 되었습니다.하지만 할아버지는 나이 어린 개나리를 속였습니다."애야, 이 밥을 가지고 어서 가거라. 병석에 누워 있는 어머니와 어린 동생이 너를 얼마나 기다리겠니, 어서 이 밥을 바가지에 담아들고 가거라"."그럼 할아버지는요?""할아버지는 네가 간 다음에 또 밥을 해 먹으면 되지 않니. 불쌍하고 귀여운 애야, 너 할아버지 말 들어야 한다."할아버지는 밥을 개나리의 동냥바가지에 쏟았습니다.
개나리는 고맙게도 생각되어 노인 앞에 공손히 절을 하고는 집으로 달음질쳤습니다.동냥밥을 들고 집에 들어서니 갓난애는 기진했는지 실오리 같은 숨을 겨우 몰아쉬는데 여섯 살 나는 남동생은 어머니 옆에 쓰러져 말도 못하고 있었습니다.어머니는 모진 아픔으로 하여 떠는지 추워서 떠는지 말도 못하고 덜덜 떨고만 있었습니다.그래도 개나리는 동냥밥을 가지고 오니 기쁘기만 생각되어 어머니 옆에 동냥바가지를 내려놓았습니다."어머니, 이 밥을 빌어왔어요. 고마운 할아버지께서 잡수시던 밥을 우리한테 주셨어요. 어머니, 이 밥 잡수시면 병도 낫고 어린 동생도 정신차릴 거예요."개나리의 가냘픈 말소리에는 은근한 미소가 어려 있었습니다.
어린 개나리는 동냥바가지를 들여다보며 거기에 물이라도 좀 타서 죽을 끓이면 어머니도 한 끼 잘 대접하고 어린 동생도 달랠 것만 같았습니다. 수심만 잠기던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소리없이 일어났습니다.개나리가 일어서자 개나리를 쳐다보던 어머니의 입이 찢어진 문풍지가 바람에 떨 듯 바르르떨렸습니다.하지만 소리는 나지 않았습니다.개나리가 솥을 다 부시고 있는데 여섯 살 난 동생이 눈을 뜨자 동냥바가지에 담긴 밥을 끌어안고 두 볼이 미어지게 밥을 퍼먹었습니다. 그러나 눈깜박할 사이에 빈 바가지만 품에 안겨 있었습니다. 개나리는 솥을 다 부시고 빌어온 밥으로 죽을 쑤려고 동냥바가지를 찾았습니다. 남동생이 빈 바가지를 끌어안고 개나리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개나리는 동생이 빈 바가지를 끌어안고 있는 것을 보자 눈앞이 아찔해지고 가슴이 꽉 막혀 당장 쓰러질 것만 같았습니다.
그렇게도 애써얻어 온 밥을 어머니한테 한 술도 대접 못 하게된 어린 소녀의 가슴은 그저 갈가리 찢어지는 같았습니다.개나리는 벌떡 자리를 차고 일어나 동생의 볼을 불이 번쩍 일게 후려쳤습니다.어린 동생은 어머니의 품에 머리를 파묻으며 흑흑 흐느껴 울었습니다.어린 개나리도 울음을 터뜨리고야 말았습니다.이제는 어머니에게 대접할 것이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쌀 한 알 없었고 약 한 첩 없었습니다. 진종일 불 한 번 때지 않은 구들은 얼음장처럼 차가웠습니다.
네 식구는 바로 거기서 이 차디찬 겨울밤을 지내야만 했습니다.이제는 불이라도 때서 어머니의 몸을 덥히고 더운 물 한 모금이라도 대접해야 했습니다.개나리는 휘청거리는 몸을 가까스로 가눔하여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습니다.손에 닿는 것은 이엉뿐이었습니다. 개나리는 정신없이 이엉을 뽑았습니다..어디서 무슨 힘이 생겼는지 한 아름이나 되는 이엉을 뽑아 안고 들어와 아궁이에 불을 지폈습니다. 시뻘건 불은 활활 붙었고 집안에는 화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굶주림에 시달리고 진종일 추위에 떨던 개나리는 집안에 화기가 돌자 눈물어린 얼굴로 어머니를 쳐다보다가 이엉을 움켜쥔 채 잠들어 버렸습니다.
집안에 화기가 도니 어머니도 동생도 눈을 감았습니다.별들은 무리지어 흐르고 밤도 소리없이 흘러가느데 아궁이에서 붙던 불이 붉은 혀를 빼물고 날름거리더니 이엉새에 옮겨 붙었습니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은 삼단 같은 연기를 내뿜으며 이윽고 오막살이 집에 붙었습니다.치솟는 불길은 검은 밤하늘을 태우고 사정없는 불길은 개나리네 네 식솔들을 휘감았습니다.그리하여 불쌍하고 가련한 네 식구는 영영 한 많은 세상을 뜨고 말았습니다.
추운 겨울은 지나가고 봄이 왔습니다.그런데 개나리네 집터에서 이전에 보지 못했던 꽃나무가 자라났습니다.바람에 하늘거리는 가는 나무가 자라더니 노란 꽃잎파리 네 개가 방긋 피어났습니다.이 나무는 앙상하게 뼈만 남은 개나리네 집 식솔들처럼 몹시 가늘었고 꽃잎파리는 네잎이었습니다. 그 때부터 사람들은 이 꽃을 보고 개나리네 식솔들이 죽어서 꽃이된 것이라 하여 이 꽃을 "개나리"라고 부르고 그 꽃에 깃든 슬픈 사연을 오늘에까지 전하였다합니다.
(2)옛날 어느 부잣집에 중이 시주를 청하러 갔다.그런데 부잣집 주인은 "우리집에는 개똥도 없소"라며 박대를 하였다.그러나 이웃의 가난한 사람은 정성껏 시주를 했다.그러자 중이 짚으로 바구니를 하나 만들어 주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 속에는 신기하게도 계속해서 쌀이 쏟아져 나와 가난했던 사람은 금방 부자가 되었다.이런 사실을 전해들은 이웃 부잣집 주인이 몹시 원통해 했다.이듬해에 그 중이 다시 부잣집으로 시주를 청하러 갔다.이번에는 부잣집 주인이 쌀을 시주하자, 중은 역시 짚으로 바구니 하나를 만들어 주었다.부잣집 주인이 열어 보니 그 속에는 살 대신 개똥이 가득 들어 계속 흘러 나왔다.
주인이 놀라 그것을 울타리 밑에다가 묻어 버렸는데 거기에서 개나리가 자라나 꽃을 피웠다고 한다
.(3)옛날 인도에 아름다운 공주가 있었다.이 공주는 새를 무척 사랑하여 세계 각국의 예쁘고 귀여운 새들을 모두 사들여 직접 길렀다.신하들은 새를 좋아하는 공주에게 잘보이려고 아첨하기에 눈이 어두웠다.시장에 나가 예쁜 새를 구해 바치기도 하고, 이웃 나라에서 귀한 새를 구해 바치기도 했다.공주는 예쁘고 귀한 새에 정신이 팔렸다.하지만 대신들까지 정치를 돌보지 않아 백성들의 원성이 대단했다.공주에게는 비어 있는 새장이 하나 있었다.공주는 그 새장에 예쁜 새를 가져다 놓는 사람에게 후한 상을 내리겠다고 하였다.어느 날 한 노인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를 가져왔다면서 공주를 만나기를 청했다
.이에 공주가 반가워하며 나가 보니 과연 처음 보는 아름다운 새였다.공주는 매우 기뻐하며 그 노인에게 큰 상을 내렸다.그 후부터 공주는 다른 새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오직 그 새만을 사랑하였다.그러나 웬일인지 그 새는 하루가 다르게 보기 흉해져 갔다.모습뿐 아니라 새소리도 점차 듣기 싫어져 갔다. 알고 보니 그 새는 공주에게 아첨하는 대신들을 못마땅하게 여긴 노인이 까마귀에게 화려한 색칠을 하고 목에 은방울을 달아 예쁘게 꾸민 새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공주는 몹시 분하고 화가 났다.결국 공주는 화를 못이겨 그만 죽고 말았다.그 이후 공주의 무덤가에 한 그루의 나무가 자라나더니 노란색의 꽃이 피었다.이 꽃이 바로 개나리꽃이라고 한다.달에서 내린 씨앗...계화꽃아득히 먼 옛날에 어느 추석날 깊은 밤중이었다.백두산 종덕사의 행자승이 한잠을 자고 눈을 뜨니 밖이 대낮처럼 환한데 그 어디선가 주룩주룩 소리가 났다.비가 오는 소리 같았다.
달빛이 이토록 환한데 무슨 빗소리일까? 이상한 생각이 들자 행자승은 밖으로 나갔다. 얼굴을 들어 쳐다보니 천지 쪽 하늘에서 진주 같은 작은 씨앗이 빗살마냥 계속 떨어져 내리는 것이었다. 그는 너무도 신기하여 정신없이 쳐다보았다.한참이 지나 비가 멎자 그는 천지 쪽으로 내달았다.그는 그 씨앗을 찾았다.그 씨앗은 통통한 것이 꼭 콩알 같았는데 여러 가지 색채가 황홀했다.그는 한 알을 찾으면 또 한 알을, 두 알을 찾으면 두 알을 줍고... 행자승은 씨앗을 장삼소매 안에 가득 넣어 가지고 절로 돌아왔다. 그 이튿날 아침 행자승은 이 일을 주지스님에게 알리면서 이것이 무엇인가를 물었다.
주지 스님은 그 씨앗을 자세히 살펴보고 나서 말했다. "저 하늘나라 달 가운데는 예로부터 한 그루의 월계수가 있느니라. 그리고 그 월계수 밑에는 한 마리 옥토끼가 있는데 옥토끼는 가을 이맘 때가 되면 늘 금도끼와 은또끼로 월계수의 아지(어린 나뭇가지)를 찍어 월동할 집을 수리하곤 한단다. 그런데 어떤 때는 어찌나 나무를 찍어대는지 바로 그런 때면 월계수의 종자가 이렇게 떨어지곤 하느니라.""아! 그런 신기한 일도 다 있습니까? 스님 그렇다면 우리가 주운 이 종자를 고이 심어 이 곳 사람들로 하여금 월궁 계수나무를 헌상하도록 함이 어떠하옵니까?
보나마나 월궁에서 키우는 이 월계수의 꽃향기는 아주 대단할 것입니다.""좋도록 하려무나" 스님은 쾌히 동의를 했다. 행자승은 종덕사 안 한 구석 햇빛이 잘드는 곳에 월계수 씨앗을 심었다. 열흘이 지나자 싹이 텄다. 달포가 지나자 싹은 한 치가 자라 작은 나무가 되면서 파초 같은 잎이 나왔다. 월계수는 빨리도 나왔다. 한 달에 한 치씩 자라더니 한 해가 되자 한 자로 자라고 그 다음해 추석이 오니 가지마다 누런색, 흰색, 동황색의 작고 아름다운 꽃이 만발하여 향기를 내뿜었다.
이로부터 이 꽃을 월계수에서 받은 종자가 번성해 된 것이라 하여 "계화"라 이름했는데 그 뒤 그 색깔에 따라 금계. 은계, 단계로 나누었던 것이다.계화는 그 관상 가치가 클 뿐만 아니라, 밀탕과 술로 빚어 먹고 마시기도 하였다.특히 추석이 오면 이 꽃으로 계화술을 빚어 마심으로써 이 꽃나무처럼 꼭 백년 장수하기를 기원하기도 하였다.<끝>
마음으로 그린 아름다움...국화꽃옛날
조선 함경도 깊고 깊은 산골에 재간둥이 올케와 시누이가 있었다.그들은 일찍 남편을 잃고 홀로 되자 다시 함께 모였는데 자수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다.손재간이 알마나 좋고 기묘했던지 그들이 자수를 하게 되면 냇물도 더욱 낭랑한 소리를 내며 흐르는 듯하고 새들도 단박 지지잴 지지잴 노래하며 속삭이는 것만 같아 온 팔도강산에 그 소문이 짜하게 퍼졌다.그러데 그 때 갓 등극한 임금은 각별히 유람하기를 즐기는지라 그바쁜 정사에도 불구하고 나라 안의 몇몇 명승지를 급급히 돌아보려고 했다.
그 중에서도 그는 무엇보다 소문높은 금강산과 백두산 두 명산 중 어느 한 산을 먼저 돌아보아야 하겠는데 도무지 어느 산이 더 볼 만한지를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그 곳 지방관더러 각각 백두산과 금강산 풍경을 있는 그대로 그림을 그려 올리라 명령을 내렸다. 이 명령을 접한 두 곳 지방관리들은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다 못해 이 일을 함경도 시골에 사는 이 두 여인에 올케와 시누이에게 맡겨, 어서 두 곳으로 가서 경치를 보면서 그림을 색실로 떠 오라고 엄히 분부하였다.명령을 받은 두 여인은 별수없이 두 곳으로 갈라져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 때 몸이 좋은 올케는 백두산으로 떠나고 시누이는 금강산으로 떠나기로 약정했다.그들은 남북으로 갈라져 떠났다.북쪽 백두산으로 떠난 올케는 백두산에 이르자 그 장엄하고 호연한 기상을 몇칠이고 돌아본 뒤 그것을 한 땀 한 땀 새하얀 천에다 뜨기 시작했다.그는 옹근 한 달 동안 시간을 들여 삼천삼백삼십삼의 색칠을 가지고 구천구백구십구 번을 바느질 하여 끝내 백두산을 다 떠 넣었다.
그리고 그 자수품 네 귀에다 인 년 사계절을 상징하는 계절꽃 네 포기도 덧보태어 떠 넣었다. 이를 본 관리들은 너나없이 너무 기뻐 입을 다물지 못했다.일단 일을 끝마친 올케는 그것을 곱게 포개어 품에 품은 채 아직도 일을 다 못 끝냈을 시누이를 생각하여 금강산으로 달려갔다.이때 시누이도 올케 못지않는 솜씨로 꼭 같은 한 달 동안에 삼천삼백삼십삼 태의 색실을 써서 구천구백구십구 번 바느질로 금강산을 자수에 넣었다.
그 때 금강산 관리가 자수품을 들려다보니 네 귀에 계절 꽃이 희한하게 새겨저 있는지라 그것이 참 멋지다고 하면서 그보다 더 멋지게 이 시누이더러 네 귀에 일년 열두 달에 피는 꽃, 열두 포기를 새겨 넣으라고 명령했다.명령을 받은 시누이는 얼른 손을 써서 1월부터 시작하여 2월, 3월, 4월, 5월, 6월,7월, 8월, 10월,동지, 섣달 모두 척척 떠 넣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9월에 피는 꽃만은 얼른 떠오르지 않아 그려 넣지 못하였다.
과연 그 때까지만 해도 9월에 곱게 피는 꽃은 없었던 것이다. 이것을 본 올게는 노란 색실, 힌 색실, 파란 색실을 가지고 전에 보지 못한 꽃 한송이를 떠 넣�다. 그런데 그것은 팔도강산에서 여태 보지 못했던 그렇듯 신기하고 그렇듯 훌륭한 꽃이었다."이것은 무슨 꽃인고?" 관리가 묻자 올게는 웃으며 말했다."이것은 내 마음속의 꽃이지요. 말하자면 구월꽃이랍니다.드디어 두 폭 자수품은 임금에게 상주되었다.두 폭 그림-백두산과 금강산을 앞에 놓은 임금님은 모두가 장엄하고 기묘하고 정결한지라 도대체 어디부터 먼저 가 보아야 할지 마음을 정할 수가 없었다.이렇게 단정한 임금이 다시 네 변두리를 보니 금강산 주위에 그린 뭇꽃 중 구월꽃만은 도무지 처음 보는 꽃인지라 이게 웬 꽃이냐고 묻게 되었다.
"구월에 피는 구월꽃이라고 하옵니다. 그럼 그 꽃을 가져오라.그 지방관은 즉시 두 여인을 찾아갔다. 두 여인이 생각하니 이것참 큰일이 아닐 수 없었다.이제 잘못하다간 임금님을 속인 죄로 목이 달아날 수도 있었던 것이다.그들은 각각 생각하던 동해기슭 산 언덕에 이르러 키가 작은 쑥대 끝에 색실로 꽃송이를 수놓기 시작했다. 그것이 전번 금강산 그림 귀에 떠 놓았던 꽃이기는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죽은 꽃이요, 생생히 살아 핀꽃은 아니었다."아, 이제 아무레도 큰 봉변을 당하겠구나."이렇게 근심하고 있는 그 때, 두 여인의 뛰어난 자수 솜씨를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동해바다 여신이 살그머니 나와 보고 그들이 수놓은 힌색과 노란색의 꽃들이 그렇듯 훌륭한지라 자기의 신통력을 불어넣어 꽃송이마다 이슬을 살랑살랑 뿌려 주었다.
그랬더니 과연 꽃들이 생생히 살아나 짙은 향기를 온 누리에 풍겼다.이것을 다시 임금에게 올렸더니 임금은 매우 기뻐했다.이렇게 하여 생겨난 꽃이 바로 오늘날의 "국화꽃" 이었던 것이다.<끝>
개과천선한 방탕아..
.나리꽃까막득한 옛날 옛적 어느 시골에 아름다운 처녀가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었다.그들 살림은 그리 넉넉치 못했으나 아주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다.어느 봄날 이 처녀가 산마루에 올라 햇나물을 뜯고 있는데 우연히 말을 타고 그 곳 산길을 지나가던 고을 원님의 아들이 이 처녀의 아름다움을 보고 말을 멈추었다."이봐 처녀, 나하고 함께 고을로 가면 어떠냐? 그러기만 하면 무엇이든 소원하는 건 다 있을 테니깐."처녀가 총각을 보니 아주 쪽 빼어난 것이 늠름하기가 더 이를 데 없었다.
그래서 처녀도 마음이 끌리는지라 이렇게 대답했다."고맙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가장 소중한 어머님이 계십니다. 어머님한테 말 한 마디 드리지 못하고 무작정 따라갈 순 없습니다.""그래? 그것 참 기특하구나. 그렇다면 어서 이 자리로 속히 어머니를 불러오너라."원님의 아들을 너그러운 듯이 이렇게 말했다.처녀의 집으로 뛰어가서 어머니에게 고을 원님 아들의 말을 전했다. 그 말을 들은 어머니는 갑자기 얼굴에 황당한 기색을 나타내며 말했다."애야, 이것 잘못 걸려들었구나!"어머니의 말씀에 처녀는 눈이 데꾼하여 물었다."어머니, 어쨌다고 이러세요?""애야, 말도 마라. 그 원님의 아들로 말하면 이 원 각처에 악명이 자자한 건달놈팽이란다.""어머니, 그건 어떻게 하시는 말씀인가요?""그 놈은 어디 가나 조금이라도 반반하게 생긴 처녀나 유부녀들을 보기만 하면 무작정 집에 끌어다 하루 이틀 노리갯감으로 삼는 녀석이란다."
"아, 그렇군요.""그러니 이거 큰일이 났다. 우리 어서 이 곳을 피해야겠다."어머니는 이렇게 말하고 나서 딸을 이끌고 깊은 산 속 절당으로 내달아 갔다. 그 곳 스님은 성주 아들의 횡포에 큰 의분을 느끼고 있던 터라 두말없이 그들 모녀를 숨겨 주었다.이 때 산밑 길에서 처녀를 기다려도 오지 않으니 원님의 아들은 그들 집으로 내달아갔다. 그들 집이 텅텅 비고 모녀가 도망친 것을 알게 된 원님의 아들은 곧바로 심산 속에 있는 절당으로 달려갔다."문 열어라! 문 열어라!"그러나 꽁꽁 닫힌 문이 열릴 리 만무했다.
원님의 아들이 데리고온 나부랭이들은 더욱 언성을 높여 문을 박차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문 열어라 ! 문 열어라 ! 고을 성주 공자님의 명령이시다!"그러나 이 때 절당 안에서 늙은 스님의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문을 열 수가 없소! 문을 열 수가 없소. 이는 법왕님의 명령이오!"옥신간신 끝에 원님의 아들은 마침내 이끌고 온 병졸을 시켜 문을 짓부수고 울부짖는 처녀를 강제로 말에 태워 고을로 데리고 가게 되었다.
고을 관문으로 들어서자 몹시 고통스레 울던 처녀는 비로소 울음을 뚝 그쳤다."오, 이제야 말을 들으려는가 보다."이렇게 생각한 원님의 아들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그녀를 말에서 내려 주었다. 그런데 그가 생긋 웃고 말에서 내린 순간 그녀의 모습이 다시는 보이지 않았다. 다급해진 원님의 아들이 이리저리 헤집고 찾는데 저만큼 멀리 수풀 속에 나리꽃 하나가 다소곳 고개를 숙이고 피어 있었다.
"오, 그녀가 끝내 방탕한 내가 싫어 우아하고 정결한 나리꽃으로 변해버렸구나!"놀란 성주의 아들은 그 순간 크게 놀라 자기의 잘못을 깊이깊이 깨닫게 되었다."아, 내 다시는 마을의 처녀들을 건드리지 않고 정직하고 올바르게 살아야겠구나! 만일 그렇지 않다가는 무슨 큰 벼락이 내릴지도 모르지."이로부터 그는 아주 정직한 사람으로 변했고 그 ‘나리꽃’을 소중히 키우게 되었다고 한다.<끝>
도라지
옛날 도라지라 부르는 아름다운 처녀가 있었다.이 처녀에게는 어려서부터 양가 부모가 결정해 높은 약혼자가 있었다.어느덧 성년이 되어 결혼할 나이가 되었는데 총각은 공부를 더하고 싶다며 중국으로 떠났다.서로 간에도 사랑하는 사이였기에 총각은 이 도라지 처녀에게 기다려 달라는 말만을 하고 떠났다.
하지만 한해 두해가 지나도 총각에게는 소식이 없었다.중국에서 살림을 차렸다는 소문도 있고, 오던 도중 배가 침몰하여 죽었다는 소문 등 소문만 무성했다.처녀는 언제나 바닷가로 나가서 한없이 서쪽만을 쳐다보는 것이 일이었다.세월은 흘러 처녀는 늙어 할머니가 되었지만 바닷가로 나가는 일은 그치지 않았다.
그녀는 죽어 꽃이 되었고 그래서 도라지꽃의 꽃말은 '소망', '영원한 사랑'이다.
동백이야기
일본 아오모리현 쓰가루에 있는 동백산의 전설이다.옛날 남국의 청년 한 사람이 두메 산골에 머물고 있었는데, 그 마을의 어느 소녀 하나를 알게 되었다.그들은 서로 사랑을 나누고 장래를 약속하기에 이르렀다.하지만 이들에게는 얼마 가지 않아서 슬픈 운명이 닥쳐 왔다.이 청년이 그 고을을 멀리 떠나야 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달 밝은 봄날 저녁 가까이 있는 동산에 올라가서 눈물을 흘리며 가슴이 미어지는 이별의 슬픔을 나누었다.소녀는 청년의 옷깃을 잡고 슬픔을 억누르면서 속삭였다."당신에게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당신의 고향은 남쪽 나라 따뜻한 곳 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 다음에 오실 때는 동백나무의 열매를 꼭 갖다 주세요.그 나무의 열매 기름으로 나는 머리를 예쁘게 치장하여 당신에게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그러자 청년이 소녀의 손을 꼭 잡으며 대답했다."그것은 과히 어려운 일이 아니오.많이 가져다가 당신에게 드리겠소."하고 굳은 약속을 남긴 청년은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그는 몇번이나 뒤를 돌아보면서 그곳을 떠나 바다 건너 멀리 남쪽 나라로 떠나 버렸다.날이 가고 달이 가고 가을 바람이 일고 기러기가 날기 시작했다.
소녀는 혹시나 청년에게 소식이 있을까 하여 매일 문 앞에서 먼 바다 쪽만 바라볼 뿐이었다.소녀는 한숨과 눈물로 세월을 보냈다.손을 꼽아 헤아려 보니 떠난지 어느새 만 1년이 지나 있었다.봄날의 달빛은 헤어지던 그 날과 다름없이 비쳐오건만 한 번 떠나간 님은 소식조차 없는 것이었다
.소녀는 지나간 날들의 회포를 가슴 속에 보듬고, 그 동산을 헤매면서 돌아오지 않는 청년을 그리워 하다가 마침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소녀가 죽은 줄도 모르고 청년은 그리움에 부푼 가슴을 안고, 이 산골로 소녀를 찾아왔다.
그러나 청년의 부푼 가슴은 산산이 조각나고 말았다.소녀의 죽음을 알게 된 청년은 미친 듯이 소녀의 무덤 앞으로 달려가 땅을 치고 통곡을 했다.그러나 한번 간 소녀는 대답이 없었다.청년은 인생의 무상함을 절감하면서 소녀를 위해 갖고 온 동백나무 열매를 무덤 주위에 뿌리고 다시 멀리 떠나 버렸다.
그 이후 청년에 의해서 뿌려진 동백나무 열매는 싹이 트고 줄기가 나서 마침내 꽃이 피고 열매를 맺었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동산 전체가 동백꽃으로 불타는 듯이 빨갛게 덮였다.죽은 소녀의 넋이 한이 되어 그 한이라도 푸는 듯이 봄이면 동백꽃으로 동산을 붉게 물들이는 것이었다.
옛날 어느 마을에 의지할 곳이 없는 도라지라는 소녀가 살고 있었습니다.오빠는 10년을 기약으로 중국에 공부를 하러 가게 되자 도라지는 절에 가서 기다리기로 하였습니다.그러나 10년이 지나도 오빠가 돌아오지 않자,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서 혼자 지냈습니다.세월이 흘러 소녀는 할머니가 되었습니다.하루는 높은 산에 올라가 바다를 바라보며 "지금이라도 오빠가 돌아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데, 갑자기 등뒤에서 "도라지야!"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깜짝 놀란 도라지는 뒤를 돌아보다가 그만 떨어져서 그 자리에서 숨지고 한 송이 도라지꽃이 되고 말았습니다.
척산의 토끼...동백꽃옛날 척산에는 많은 토끼들이 살고 있었다.가는 꽃보다 양식(풀)이 많이 있으니 먹고 사는 데는 걱정이 없었다.전국의 명승지를 찾아 다니면서 구경을 하는 것이 그들의 일과였다. 조선 팔경 중에서도 이름 난 오동도를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그러나 오동도는 바다 가운데 있는 섬이라 쉽게 갈 수가 없었다.이궁리 저궁리 하며 지내던 토끼들을 할 수 없이 오동도와 가장 가까운 척산에 올라가서 섬만 바라보면서 지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이었다.토끼는 물 속에서 막 땅으로 오르는 거북이를 보았다.거북이를 본 순간 토끼는 거북이의 등을 타고 가면 오동도를 구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토끼는 친절하게 거북이의 손을 잡아 뭍에 오르는 일을 도와 주었다.힘겹게 올라온 거북이는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물었다."어디 갔다 오는 길이냐?""응, 오동도에 여심화를 따러 갔다가 토신(흙을 지키는 신)에게 들켜 다시 돌아오는 길야. 수중(용궁)에도 아름다운 곳이 많이 있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곳은 처음이야."거북이는 자랑하면서 본 대로 말해 주었다.
"옛날에 이 섬에는 귀양 온 부부가 땅을 갈고 고기잡이를 하면서 살고 있었는데 하루는 도둑이 들어와 재산을 훔치고 어부의 아내까지 혼내려고 하자, 그 아내는 남편이 다니는 길쪽으로 도망을 치다가 아무래도 잡힐 것 같아 낭떠러지에 떨어져 스스로 목숨을 끓었다.그런 일이 있은 지 얼마 후 그 아내의 무덤 위에서 동백나무가 자라 눈 속에서도 빨갛게 피기 때문에 동백꽃이라고 부르는 그 여심화가 지금 한창 피어 더 없이 아름답더라."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토끼의 마음을 설레였고 빨리 가 보고 싶었다.
토끼는 거북이를 꾀었다."저 섬에 데려다 주면 많은 보물을 줄게."정직하고 착한 거북이는 이 말을 믿고 응낙하였다.거북이는 토끼를 등에 업고 세찬 물결을 헤치며 오동도로 갔다.이 골짝 저 골짝을 오르내리며 보는 경치란 들은 대로 절경이었다.온 섬을 빠진 데 없이 돌아 본 그들은 해가 저물 무렵에야 육지로 돌아왔다.육지로 돌아온 거북이는 거의 기진맥진 힘이 다 빠진 듯 하였다.
토끼는 너무 신이 나 기뻐서 어찌할 줄을 모르며 거북이에게 고맙다는 인사말만 하고 가려고 하였다.거북이는 힘든 중에도 정신을 차리고 말하였다."보물을 달라."그러나 토끼는 보물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놀리기까지 하였다. "육지에 그대로 있는데 보물은 무슨 보물이냐."토끼는 말이 거짓말이었음을 알게 된 거북이는 화가났다.
거북이는 토끼을 끌고 다시 오동도로 갔다.그리고는 토끼의 가죽을 홀랑 벗겨 버렸다.가죽이 벗겨진 토끼는 온 살이 쓰려고 아파서 어찌할 줄 모르는 채 낑낑거리고 있었다.
이때 섬을 둘러 보던 토신이 이 곳을 지나게 되었다.토신을 본 토끼는 발을 비비며 애원을 하였다."토신님, 토신님! 한번만 살려 주십시오. 살려만 주시면 그 은혜는 죽어도 잊지 않겠습니다."앞 뒤 사정을 들을 토신은 말하였다."약속을 지키지 않아 그렇게 된 것이니 할 수 없다."
그러나 토신님은 토끼가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다음부터는 절대로 남을 속이지 않겠다고 토끼로부터 다짐을 받은 토신은 억새풀밭에 가서 뒹굴도록 하라고 일러 주었다. 토끼는 토신이 시키는 대로 억새풀 밭을 찾아 갔다.겨우 억새풀밭을 찾은 토끼는 토신님이 일러 준 대로 뒹굴었다. 이리 뒹굴 저리뒹굴 마구굴렀다.뒹굴 때마다 쓰리고 아픈 것을 말할 수 없었다.한참 동아 뒹굴고보니 껍질이 벗겨진 몸에 억새풀이 달라 붙어서 토끼는 그 전보다더 고운 옷을 입게 되었다.
그리고 토끼는 이 때부터 거짓말은 물론이거니와 참말도 할 수 없는 벙어리가 되어 오늘날까지 소리를 내지 못한다고 한다.<끝>
한 남자를 사랑한 자매..
.등꽃신라 중엽이었다.어느 곳에 얼굴이 곱고 마음씨가 착한 딸 형제를 둔 농부가 살고 있었다. 그런데 두 딸은 얼굴이 잘 생기고 용감한 화랑 한 사람을 서로 몰래 사모해 왔다.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 화랑이 싸움터로 나가게 되었다. 그제서야 두 딸은 한 남자를 함께 사모하였던 것을 알고 서로 놀랐다. 그래서 언니는 동생에게, 동생은 언니에게 양보하겠다고 서로 사양을 했다. 이러던 그녀들에게 하루는 뜻밖의 슬픈 소식이 들려왔다.그 용감한 화랑이 싸움터에서 죽었다는 것이다.그 소식을 들은 자매는 그만 넋을 읽고 말했다.
솟구치는 설움을 달래 보려고 자매는 해질 무렵까지 연못가에서 서로 위로하며 얼싸안고 울었다.울고 울다 지친 그녀들은 그만 꼭 부둥켜 안은 채 연못에 몸을 던져죽고 말았다.그런데 그 뒤 얼마 안 가서 등나무 두 그루가 연못가에 솟이나 마치 한 나무처럼 서로 얼키어 몇 백 년을 두고 그윽한 향기를 전설과 함께 전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등나무의 꽃을 말려서 원양 침 속에서 넣어서 잠을 자면 금실이 좋아지고, 등잎을 삶아 그 물을 마시면 틈이 갔던 부부 사이의 애정이 다시 아문다는 것이다.이러한 일로 인해 이 등나무를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끝>
백두산 상상봉에만 피게 된 사연...
만병초아주 오랜 옛날이었다.만화방창 호시절이라 그 어디를 가든 산야에는 꽃들이 각가지 색으로 곱디곱게 피어 향기와 미모를 한껏 자랑하고 있었다.이런 어느 날, 진달래 아가씨는 높은 산을 힘겹게 거슬러 올라 만병초를 찾아갔다. "여보게 만병초 동생 ! 이제 며칠 뒤 저기 저 산 아래에서 꽃대왕님 뽑기내기를 하는데, 어서 참가할 준비를 하게 !""뭐, 꽃대왕 뽑내기를 한다구요?"오, 이보다 더 좋고 기분나는 일이 어디에 더 있으랴.그러나 만병초는 자기가 이 세상에서 가장 으뜸으로 아름답다고 여기던 차에 오늘 뭇꽃들과 사람들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진달래 큰누나가지 찾아오자 마음 속으로 더욱 우쭐해졌다.
그래서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흥 ! 어디 보라지 내가 없으면 어떻게 꽃대왕을 뽑아내? 아무렴 어림도 없는 일이지."그는 진달래를 보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감사해요. 내 그 날 꼭 가겠으니 먼저 가세요."날은 빨리도 흘러 모임의 날이 돌아왔다.그 날 만병초는 의례 일찍 서둘러 몸단장을 하고 집회장으로 가야했지만 그는 아침 늦게 일어나 천지가의 동쪽 붉은 아침 노을을 보며 중얼거렸다."바쁠 게 뭐람. 어쨌든 내가 가지 않으면 그래 저 따위 뭇꽃들이 어떻게 모임을 열어? 하긴 나를 내놓고 그래 어느 누가 꽃 중의대왕이 되겠어?"
이 때 두견꽃이 재삼 권해서야 만병초는 침대에서 일어났다.그는 마지못해 옷을 주어 입고 천지가에 나가 세수를 하고 머리를 빗었다.그리고 느릿느릿 자기의 몸매무새를 천지물에 비쳐 본 다음 득이양양하게 중얼거렸다."오, 참으로 아름다운데 !"이 때 백두산 단정학이 날아오더니 독촉을 했다."만병초야 만병초, 어서 빨리 가거라. 모임이 곧 시작된단다!"그러나 만병초는 느릿느릿 걸으며 말했다
."괜찮아, 괜찮아! 내가 가지 않으면 그들은 꽃대왕을 뽑지 못하니까!"그런데 그가 천천히 산 아래 모임장소에 이르렀을 때 그는 그만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그처럼 많은 고운 꽃들이 진한 향내를 풍기며 모여 있었던 것이다.이에 만병초는 목청이 터져라 외쳐댔다."애들아, 내가왔다. 내가왔어!"그러나 모임은 이미 제일 마지막 일정 말하자면 꽃대왕 선거를 하고 있었다.그 때 많은 꽃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두말없이 우리 꽃대왕 진달래 누님을 뽑읍시다.""좋소! 그는 매우 겸손하고 소박하고 온순하지요."
"어디 그뿐이요! 그는 가장 아름다운 자태를 가지고 있지만 추호도 자만하거나 욕심을 차리지 않으면서 우리의 뭇꽃들과 잘 어울리거든요!"이런 낭랑한 목소리는 만병초의 목소리를 삼켜버려 그 누구도 그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는 이가 없었다.이에 화가 치밀고 몹시 후회가 된 만병초는 황급히 백두산 천지가로 뛰어오고 말았다. 그리고 하루 종일 울면서 다시는 산 아래로 내려 가지 않겠다고 맹세를 했다
.이 때부터 만병초는 애오라지 백두산 상상봉에서만 피게 되었을 뿐, 뭇꽃들처럼 다른 산야에는 그 자취를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