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협시반공부 28

물위를걷다

MenuSearch 물위를 걷다 외 1편/ 이정화 - 작게+ 크게 이경애 기자 기사입력 2021-06-25 물위를 걷다 붓꽃이 어우러진 연못 잠자리인가 하고 바라보니 소금쟁이 미끄럼타고 있다 민첩하고 가벼워 사뿐사뿐 달리는 모습에 나도 그만 소금쟁이가 되어 물위를 걷는다 있는 듯 없는 듯 수면 위를 요리하는 암놈과 수놈 곁에 두기 싫어 경계하는 짝에게 신호를 보낸다 나뭇잎이불 덮고 강물소리 깔고 오뉘처럼 자는 겨울잠 가느다랗고 긴 다리 표면 장력으로 버티는 슬픔 슬픔을 가슴에 묻고 춤을 춘다 버려야 하는 욕망으로 물 위를 걷는다 무슨 이유로 욕망을 담아 춤을 춰야 하는지 교만하고 건방진 몸 되고 싶지 않아 선택한 연못 물 가까이 가장 낮은 자세의 와불되어 봄 여름연못에 나타나 업드려 기도한다 정성 다한 ..

문협시반공부 2021.07.20

爭人

쟁인諍人 손재수 조금 더 나은 나를 위하여 쟁인諍人이 있으면 좋겠다. 내가 사는 동안에 조용히 물이 흐르듯 속삭이듯 말해주는 사람 있으면 좋겠다. 쟁조諍祖 쟁부諍父 쟁모諍母 쟁형諍兄 쟁제諍弟 쟁자諍姉 쟁매諍妹 쟁린諍隣 쟁우諍友 쟁사諍師 쟁배諍配 쟁자諍子 쟁녀諍女 쟁손諍孫 쟁인諍人* 나는 누구를 위하여 성실한 쟁인이 되어 줬던가? 나에게 진실한 쟁인 있었던가? 하늘을 우러러 물어보네. 2020.12.23.수. * 쟁인諍人: 옳지 못하거나 잘못된 일을 고치도록 말해주는 사람. 간할 쟁 諍: 옳지 못하거나 잘못된 일을 고치도록 말하다. 사람 인 人: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인격을 갖춘 모든 사람.

문협시반공부 2020.12.30

다산정약용의하피첩시문3

다산 정약용의 하피첩과 詩文 3 유배지에서 보내 온 다산의 편지 편지를 자녀교육에 잘 활용한 이는 다산 정약용이다. 다산은 자녀교육에 가장 힘써야 할 시기 39~57세 를 고스란히 유배지에서 보내 아버지로서 직접 자녀 교육을 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컸다. 유배지에서 다산이 자녀교육을 위해 활용한 것이 바로 편지다. 다산은 두 아들 학연, 학유 와 100여 통이 넘는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18년이 넘는 유배지에서도 자녀교육에 결코 소홀하지 않았던 것이다.다산은 두 아들 학연과 학유에게 ‘오직 독서만이 살 길이다’라며 책 읽기를 독려했다. 다산은 책을 읽을 때 ‘초서抄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초서란 책에서 주요한 내용을 뽑아 옮기는 것이다. 또 다산은 둘째아들 학유에게 ‘정리하는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편..

문협시반공부 2020.11.24

다산정약용 하피첩과시문 2

다산 정약용의 하피첩과 詩文 2 다산의 詩 1. 석우촌의 이별 : 1801년 그의 긴 유배가 시작하던 해에 쓴 시로, 가족 간의 이별에 대한 아픔이 잘 묘사되었다. “쓸쓸한 석우촌 앞에는 세 갈랫길 두 말 서로 희롱하며 저 갈 곳 모르는 듯 한 말은 남으로 가고 또 한 말은 동으로 가야 하네 숙부님들 머리엔 백발이 성성하고 큰 형님 두 뺨엔 눈물이 줄을 잇네 젊은이는 다시 만날 기약이나 한다지만 노인들 앞일을 누가 알리요 조금만 조금만 하는 사이에 해는 이미 서산에 기울어 졌네 앞만 보고 가야지 뒤돌아보지 말고 앞으로 다시 만날 기약이나 새기면서” 송재소 교수가 우리말로 옮긴 정약용의 시 ‘석우촌의 이별’이다. ‘다산 시선’에 실린 원주를 보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가경嘉慶 신유년 정월 28일..

문협시반공부 2020.11.17

다산정약용하피첩

다산 정약용의 하피첩과 詩文 1 다산 정약용 다산 기념관 정약용 필적 하피첩 丁若鏞 筆蹟 霞帔帖 보물 제1683-2호 하피첩은 1810년 가을 다산이 유배지인 강진에서 마산 본가에 있던 부인 풍산 홍씨 가 보내 온 한 벌의 치마를 재단하여 3개의 서첩을 만들어 두 아들인 학연學淵 1783~1859 과 학유學遊1786~1855 에게 써준 가계첩家誡帖이다. 이 세 서첩 중 첫 번째 첩 첫머리에 이 서첩을 만든 동기를 적은 서문이 실려 있고 이 서문은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 제1집 14권에 제하피첩題霞帔帖이란 제목으로 실려 있음. 두 번째 첩과, 세 번째 첩 첫머리에 오언시로 서문과 비슷한 내용을 시로 표현하여 실려 있다. 한 첩에는 반듯한 해서로, 또 한 첩에는 전서로 쓰여 있다. 이 시는 문집에 실려 있지..

문협시반공부 2020.11.10

이육사의 광야

오늘은 집안에 있어도 냉기를 느끼게 되는 입동立冬의 주간입니다. 매운바람 찬바람에 건강하시고 건승하십시오. 오늘은 우리 문인협회 중견 작가이신 한상윤 작가님의 최근 발표작 “남편이 있는 집 & 없는 집“ 표지를 소개 해드립니다. ♡ 그리고 저의 애송시 한편을 올립니다. 광야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이육사 李陸史 1904.4.4.~1944.1.16..

문협시반공부 2020.11.04

면장을 하지

알아야 면장面墻을 하지. 여기서 면장面墻의 어원? 공자의 어록을 담은 논어17, 양화편 제10장. 子謂伯魚曰자위백어왈 공자께서 아들 공리孔鯉 –자는 백어伯魚, 50세에 사망- 에게 말씀하셨다. 女爲周南召南矣乎여위주남소남의호 아 너는 周南주남과 召南소남을 익혔느냐? 人而不爲周南召南인이불위주남소남 이면 사람으로서 周南주남과 召南소남을 익히지 않으면, 其猶正牆面而立也與기유정장면이립야여 인저 그것은 담벼락을 마주보고 서있는 것과 같다 즉 답답한 사람이 된다. 현재 행정 단위의 面長면장이 그래도 옛날엔 가장 有識層유식층에 속하는지라 흔히 동네 면장面長 쯤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사실은 이 뜻이 아니다. 알아야 담장牆에서 얼굴 면面을 면免한다는 면면장免面牆 곧 면장免牆의 뜻. 달마선사도 아닌데 얼굴을 담장에 대고 있으..

문협시반공부 2020.10.14

소를 웃긴 꽃

소를 웃긴 꽃 나주 들판에서 / 정말 소가 웃더라니까 꽃이 소를 웃긴 것이지 풀을 뜯는 / 소의 발밑에서 / 마침 꽃이 핀 거야 소는 간지러웠던 것이지 / 그것만이 아니라, 피는 꽃이 소를 살짝 들어 올린 거야 그래서, 소가 꽃 위에 잠깐 뜬 셈이지 / 하마터면, 소가 중심을 잃고 / 쓰러질 뻔한 것이지 참 상쾌하고 엉뚱한 시입니다.들판에서 소가 풀을 뜯고 있습니다. 그 소의 발밑에 여린 풀이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가녀린 풀꽃이 육중한 소를 살짝 들어 올립니다. 이러는 통에 소는 비틀합니다. 기우뚱하며 쓰러질 뻔한 소는 겨우 중심을 잡습니다. 시인은 피는 꽃이 소를 웃기고, 간질이고, 살짝 들어올리고, 하마터면 소가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했다고 능청스럽게 말합니다. 정말 소가 ..

문협시반공부 2020.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