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지는 햇빛을 받아들이기 위해 바람벽의 위쪽에 낸 작은 창을 뜻하는 말인데, 옥바라지나 해산바라지와 같이 음식이나 옷을 대어 주거나 일을 돌봐 주는 일도 바라지라고 한다. 바라지를 통해 들어오는 한 줄기 햇빛처럼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 따뜻함과 위안을 주는 것이 바라지인 것이다. 뒤에서 하는 바라지는 뒷바라지다.
바라지와 비슷한 말로는 치다꺼리가 있는데, 입치다꺼리는 먹는 일을 뒷바라지하는 일을 가리킨다. 이바지는 공헌(貢獻)과 같은 뜻으로 흔히 쓰이는 말이지만, 물건을 갖춰 바라지하거나 음식 같은 것을 정성 들여 보내 주는 일, 또 그렇게 보내는 음식을 뜻하기도 한다. 이바지는 '이받다'에서 비롯된 말인데, '이받다'는 이바지하다, 바라지하다, 잔치하다 같은 뜻을 가진 말이다. 그래서 전에는 잔치를 이바디, 대접할 음식을 이바돔이라고 했던 것이다.
옷을 짓거나 빨아서 입히고 옷매무새를 보아 주는 뒷바라지는 옷뒤라고 하는데 '옷뒤를 거둔다'고 말한다. 뒤에서 받쳐 도와주는 일은 뒷받침, 드러나지 않게 뒤에서 보살펴 주는 일은 뒷배, 남 몰래 뒤로 손을 쓰는 일은 뒷손질이라고 한다.
뒷바라지가 가장 필요한 것은 아무래도 몸이 아파 누워 있는 병자들일 것이다. 옆에서 여러 가지 심부름을 해 주는 일을 수발이나 시중이라고 하는데, 병자에게 시중이나 수발을 드는 일을 병시중, 병수발 또는 병구완이라고 한다. 구완은 구원(救援)에서 나온 말이다. 병구완을 뜻하는 말에는 고수련이라는 예쁜 말도 있다. 겨드랑이를 붙들어 걸음을 돕는 일은 곁부축이라고 한다. 그러나 남을 돕는다는 일이 어떻게 늘 즐겁기만 한 일이 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자질구레하고 지저분한 뒷바라지 일을 뜻하는 진구덥, 귀찮고 괴로운 남의 뒤치다꺼리를 가리키는 구듭이라는 말도 생겨난 것이다.
뒷바라지에 쓰이는 물건을 들무새라고 하는데, 들무새에는 남의 막일을 힘껏 돕는다는 뜻도 있다. 일의 채를 잡은 사람을 곁에서 돕는 일은 봉죽이라고 하고, 남의 밑에서 뒷바라지를 하며 돕는 일은 뒤뿔치기라고 하는데, 홀로서기를 할 능력이 없어서 남의 밑에서 고생하는 일도 뒤뿔치기라고 한다. 옙들이도 거들거나 돕는 일을 뜻하는데, 한옆에서 도와준다는 뜻을 가진 움직씨 '옆들다'에서 나온 말이 아닌가 생각된다. '거추하다'도 보살펴 거둔다는 뜻으로, 일을 거추해 주는 사람을 거추꾼이라고 한다.
잘 간수해 지키는 일을 '건사한다'고 하는데, 일을 시킬 때 그 일거리를 만들어 대어 주는 것도 '건사한다'고 한다. '셍기다'도 남에게 일거리를 잇따라 대어 준다는 뜻을 가진 말이다. 일을 시킬 때 대강의 방법을 일러 주고 필요한 여러 가지 도구나 연장을 준비해 주는 일은 건잠머리라고 한다. 도와주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감싸서 보호하는 것을 한자말로 비호(庇護)라고 하는데, 이 말은 어쩐지 나쁜 짓을 한 사람을 등뒤에 감춰 숨겨 주고 있다는, 개운하지 않은 느낌을 준다. 우리말 두둔이나 두남, 역성 같은 말도 마찬가지다. 두둔이나 두남은 한쪽을 편들어 감싸거나 덮어 주는 것이고, 역성도 옳고 그름과는 관계없이 한쪽만 편들어 주는 것을 말한다. 두남은 '둔다', 역성은 '든다'고 한다.
기억해 둘 만한 도사리들 고수련 : 병자에게 시중이나 수발을 드는 일. =병시중 · 병수발 · 병구완. 바라지 : 햇빛을 받아들이기 위해 바람벽의 위쪽에 낸 작은 창. 음식이나 옷을 대어 주거나 일을 돌봐 주는 일. 봉죽 : 일의 채를 잡은 사람을 곁에서 돕는 일. 옙들이 : 거들거나 돕는 일. 이바지 : 물건을 갖춰 바라지하거나 음식 같은 것을 정성 들여 보내 주는 일. 또 그렇게 보내는 음식.
766.되풀이와 자풀이
먹고살려고 돈을 버는 일을 벌이라고 하고, 돈벌이를 할 수 있는 길을 벌잇줄이나 밥줄이라고 하는데, 물건을 사고파는 일을 벌이와 벌잇줄로 삼는 것이 장사 또는 생화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처녀가 시집 안 간다는 말, 늙은이가 죽고 싶다는 말과 함께 삼대 거짓말로 꼽히는 것이 장사꾼이 밑지고 판다는 말이다. 그러나 밑지는 장사를 뜻하는 오그랑장사라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밑지고 판다는 말이 생판 거짓말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그랑장사의 반대말로는 곱으로 이익을 내는 곱장사가 있다.
되넘기장사는 물건을 사서 곧 되팔아 이익을 남기는 장사, 듣보기장사는 시세를 듣보아 가면서 요행수를 바라고 하는 장사, 안팎장사는 이곳의 물건을 사서 다른 곳에 팔고 그 돈으로 그곳의 싼 물건을 사서 이곳에 가져다 파는 장사를 말한다. 가장 질이 나쁜 장사는 관직(官職), 즉 벼슬을 팔아먹는 벼슬장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얼렁장사나 동무장사는 요즘의 동업(同業)이다. 직거래(直去來)는 맞다대기, 물건과 물건을 맞바꾸는 일은 바꿈질, 물건을 시세보다 싸게 사는 일은 싼거리라고 한다. 되풀이는 곡식을 말로 팔지 않고 되로 헤아려서 파는 일, 자풀이는 피륙을 자로 끊어서 파는 일, 잔풀이도 술을 낱잔으로 파는 일을 말한다.
첫번에 물건이 팔리는 것으로 미루어 말하는 그 날의 장사 운수를 마수라고 하는데, 장사를 시작해서 처음으로 물건을 파는 것을 '마수를 건다'고 하는 것이다. 마수걸이는 마수를 거는 일이라는 뜻이다. 마수걸이는 별 느낌이 없는데 마수를 건다고 하니까 무슨 마수(魔手)가 뻗쳐 오는 것처럼 공연히 으스스한 느낌이 든다.
이 세상에 에누리가 없는 장사가 어디 있느냐고 말하는 에누리는 흔히 물건 값을 깎는 일로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에누리는 장사하는 사람이 물건 값을 더 얹어서 부르는 일을 뜻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파는 사람이 에누리를 한 물건을 사는 사람도 에누리를 해서 샀다면 그것은 결국 제값을 주고 샀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에누리없다'는 말은 두 가지 에누리가 다 없는 상태, 다시 말해 깎거나 보탬이 없다는 뜻이 된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물건을 살 때 그 자리에서 치르는 돈이 맞돈인데, 그 반대로 외상을 할 때 전에는 엄대라고 하는 막대기에 외상값을 길고 짧은 금으로 새겨 표시를 했었다. 요즘의 외상 장부인 셈이다. 그래서 '엄대를 그었다'는 말은 외상으로 거래를 했다는 말이다. 담타기는 물건을 살 때 입은 손해를 되팔면서 사는 사람에게 씌우는 짓인데, 원래 담타기나 덤터기는 남에게 넘겨씌우거나 넘겨 맡는 걱정거리를 뜻하는 말이다. 손님은 단골손님과 뜨내기손님으로 나눌 수 있는데, 만만하고 어수룩하게 보이는 손님을 가리키는 내미손이라는 말도 있다. 상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내미손이야말로 담타기를 씌우기에 딱 좋은 손님일 것이다.
'장사는 흥정이 반'이라고 한다. 옛날에는 장사꾼을 흥정바지라고 불렀다. 흥정은 장사의 잘 되고 못 됨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술이었던 것이다.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상대에게 양보하는 척 생색을 내면서도 자기의 실속을 챙기는 데 흥정의 묘미가 있다. 따로따로 나누지 않고 한데 몰아서 하는 흥정은 도거리흥정이나 모개흥정이라고 하고, 낱개로 금을 정하는 흥정은 낱흥정이라고 한다. 드림흥정은 물건 값을 여러 번에 나누어 주고받기로 하고 하는 흥정, 푼내기흥정은 푼돈으로 셈하는 잔 흥정, 절박흥정은 융통성이 없는 빡빡한 흥정을 말한다. 물건을 사고 팔 때 흥정이 끝난 증거로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술이나 담배를 대접하는 일을 성애라고 하는데, 그래서 먹게 되는 술이 성애술이다. 역시 흥정은 붙이고 볼 일이다.
기억해 둘 만한 도사리들 내미손 : 만만하고 어수룩하게 보이는 손님. 되넘기장사 : 물건을 사서 곧 되팔아 이익을 남기는 장사. 듣보기장사 : 시세를 듣보아 가면서 요행수를 바라고 하는 장사. 맞다대기 : 직거래(直去來). 모개흥정 : 따로따로 나누지 않고 한데 몰아서 하는 흥정. =도거리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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