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엘레지의 노래 이별의 슬픔

덕화2001 2020. 7. 5. 21:16

그런데 실은 저도 엘레지가 개 자지라는 걸, 오탁번 시인의 시를 읽고서 처음 알았습니다. 오탁번 시인께서 30년 국어선생 하면서 순우리말 엘레지를 몰랐던 사실을 부끄러워했듯이 실은 저도 부끄러웠습니다. 엘레지도 모르면서 30년 시를 씁네 우쭐했던 사실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졸시를 하나 썼는데, 그게 바로 「줄탁, 오탁번」입니다.

 

줄잡아 삼십 년, 생각하고

줄곧 고민했다

 

오탁번 시집을 읽다가 무릎을 탁,

쳤다

 

좆도 아닌 것이 좆같이 사람을 울리고

좆돼버린 사람들 좆처럼 다시 서라 웃긴다

 

그게 시다

 

엘레지 몰라요? 개자지 몰라요?

봐라 개자지도 시가 된다

 

― 박제영, 「줄탁, 오탁번」 전문

 

​지난 해 삼월 어느 날, 제천의 원서문학관으로 오탁번 선생님을 뵈러 갔을 때, 졸시를 보여드린 적이 있습니다. “선생님 시를 좀 베꼈습니다.” “베낀 게 더 좋네. 내 꺼보다 더 좋네” 하시면서 선생님께서는 이런저런 시 이야기들을 풀어놓으셨습니다. 가나했던 유년을 가난하지 않게 넘길 수 있게 해주었던 영희 누나 사연이며 친구 마누라에게 절 할 뻔한 사연이며 시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놓으셨지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었던 그날, 저는 병아리였고 선생께서는 어미 닭이었습니다. 줄탁동시를 머리가 아닌 몸으로 느꼈던 그런 날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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