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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자꽃 한나절
고 지 연
빠끔 열린 틈 바람에 백열등 흔들리고
잔술로 하루 달래는 퇴근길 남정네들
도마위 김 서린 순대 분주하게 써는 손
찬물에 젖은 손등 명주실 갈래로 터지고
허리춤 주머니 속 비죽이 내민 그 지전
등록금 조르던 딸의 처진 어깨 눈에 밟힌다
새벽녘 일수찍고 간 얇은 지갑 접으며
하루 마감에 안도하는 명자꽃 가득 핀 길섶
저만치 먼지 날려도 가시 위에 꽃 새붉게 핀다
☆ 새붉다: 새뜻하고 곱게 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