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의 방주
덕화 김영희
토요일 이른 아침
아파트 노상 주차장
작은 배 한 척
노아의 방주처럼 세워진다
펄럭이는 배 안에는 생선들이 살아서
두루마리로 엮어져 먼 바다를 응시하고
푸른 채소는 시퍼렇게 살아나
희망의 돛대처럼 5일장이 펼쳐진다
내일의 삶을 엮어가기 위해
사람들은 분주하게 오고 가고
다시 새로운 삶을 이어가기 위해
채소며 과일들은
언제 닥칠지 모르는
순교를 기다린다
얼굴은 바람을 맞아 거칠어졌어도
작지만 거룩한
그들만의 성전을 지키기 위해
오늘을 살아내는 그들에게서
신부보다 더 아름답고
마리아보다 더 성스러운
아름다운 이들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