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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의 메밀꽃필무렵외

덕화2001 2007. 2. 28. 13:27
이효석의메밀꽃필무렵외  
이효석 [ 李孝石 ] 과 작품  

호 가산(可山). 강원도 평창(平昌) 출생. 경성제1고등보통학교를 거쳐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 영문과를 졸업하고, 1928년 《조선지광(朝鮮之光)》에 단편《도시와 유령》이 발표됨으로써 동반작가(同伴作家)로 데뷔하였다. 계속해서 《행진곡(行進曲)》 《기우(奇遇)》 등을 발표하면서 동반작가를 청산하고 구인희(九人會)에 참여, 《돈(豚)》《수탉》 등 향토색이 짙은 작품을 발표하였다.

1934년 평양 숭실전문(崇實專門) 교수가 된 후 《산》《들》 등 자연과의 교감(交感)을 수필적인 필체로 유려하게 묘사한 작품들을 발표했고, 1936년에는 한국 단편문학의 전형적인 수작(秀作)이라고 할 수 있는 《메밀꽃 필 무렵》을 발표하였다. 그 후 서구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장미 병들다》, 장편 《화분(花粉)》 등을 계속 발표하여 성(性) 본능과 개방을 추구한 새로운 작품경향으로 주목을 끌기도 하였다. 《화분》 외에도 《벽공무한(碧空無限)》 《창공(蒼空)》 등의 장편이 있으나 그의 재질은 단편에서 특히 두드러져 당시 이태준(李泰俊)․박태원(朴泰遠) 등과 더불어 대표적인 단편작가로 평가되었다.

돈 [ 豚 ]  

1933년 《조선문학(朝鮮文學)》 창간호에 발표한 단편.  동반작가의 경향을 띤 작품을 주로 쓰던 작가는 이 작품을 전환점으로 하여 자연성을 예찬하는 서정적인 문학으로 새출발을 하였다. 이때부터 소재를 자연과 인간에 돌려 본능의 순수성을 추구하게 된 것이다.

식이는 푼푼이 모은 돈으로 돼지 한 쌍을 사서 길렀다. 수놈은 죽고 암놈만 겨우 살아 남았다. 식이는 한방에서 한 그릇의 물을 먹여 가며 소중하게 길렀다. 여섯 달을 길러서 십 리가 넘는 종돈장(種豚場)까지 끌고 가서 씨돼지에게 맡겼으나 돈만 허비하고 실패했다. 너무 어려서였다. 달포가 지나서 또 끌고 갔다. 육중한 수놈에게 붙여서 가까스로 성사를 시켰다. 식이는 암놈이 수놈에게 깔려 고난을 당하는 동안, 그리고 구경꾼들이 낄낄거리는 속에서 달아난 이웃집 분이를 생각했다.

돌아오는 길에 문득 ꡐ이 길로 아무 데로나 달아날까? 장에 가서 돼지를 팔면 노자가 되겠지. 차 타고 노자가 다하는 곳까지 가면 그곳에 분이가 있지 않을까?ꡑ라는 공상 속에 잠겨 있었다. ꡒ얏!ꡓ 하는 날카로운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찬 바람이 휙 앞을 스치고 지나가더니 이윽고 열차의 마지막 바퀴가 쏜살같이 눈앞에서 달아났다. ꡒ미친 놈, 어디라고 막 건너!ꡓ 철로 망보는 사람의 욕설을 들으며 주위를 살폈으나 돼지는 온데간데 없었다. 흔적도 없이 기차에 깔려 버린 것이다. 식이는 넋을 잃고 금세 쓰러질 것처럼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메밀꽃 필 무렵

1936년 단편.《조광(朝光)》지에 발표. 한국 현대 단편소설의 대표작의 하나로 평가되는 작품이다. 왼손잡이요 곰보인 허생원은 재산마저 날려 장터를 돌아다니는 장돌뱅이가 된다. 그 허생원이 봉평장이 서던 날 같은 장돌뱅이인 조선달을 따라 충주집으로 간다. 그는 동이라는 애송이 장돌뱅이가 충주댁과 농탕치는 것에 화가 나서 뺨을 때려 쫓아버린다. 그러나 그날 밤 그들 셋은 달빛을 받으며 메밀꽃이 하얗게 핀 산길을 걷게 된다. 허생원은 젊었을 때 메밀꽃이 하얗게 핀 달밤에 개울가 물레방앗간에서 어떤 처녀와 밤을 새운 이야기를 한다. 동이도 그의 어머니 얘기를 한다. 자기는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의붓아버지 밑에서 고생을 하다가 집을 뛰쳐나왔다는 것이다.

늙은 허생원은 냇물을 건너다 발을 헛디뎌 빠지는 바람에 동이에게 업히게 되는데, 허생원은 동이 모친의 친정이 봉평이라는 사실과 동이가 자기와 똑같이 왼손잡이인 것을 알고는 착잡한 감회에 사로잡힌다. 그들은 동이 어머니가 현재 살고 있다는 제천으로 가기로 작정하고 발길을 옮긴다. 전편에 시적(詩的) 정서가 흐르는 산뜻하고도 애틋한 명작소설이다. 작가 자신은 이 작품에서 애욕(愛慾)의 신비성을 다루려 했다고 그의 <현대적 단편소설의 상모(相貌)>에서 밝히고 있다.

분녀 [ 粉女 ]  

1936년 1~2월 합본호의 《중앙》에 발표한 단편소설. 반년 동안 사귀어 온 애인 상구가 있었음에도 인부 명준, 가게 주인 만갑을 비롯해서 찬수․왕가 등과 육체적 향락을 나눈 분녀는 상구에게 버림을 받는다. 집에서도 쫓겨났다가 돌아와 들일을 돕는 분녀는 얼마 전에 귀향한 명준이가 허락만 한다면 그와 평생을 같이 하리라 생각한다. 무절제한 분녀의 애욕행각을 그린 에로틱한 단편이다.

1968년 김수용(金洙容) 감독으로 영화화, 수준급의 문예영화를 만들어 제2회 서울신문 문화대상을 받았고, 주연한 남정임(南貞姙)은 제6회 청룡상의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화분 [ 花粉 ]

1939년 9월 《인문사》에서 발표된 장편소설이다. 단편 《돈(豚)》과 더불어 작가의 에로티시즘을 대표하는 문학작품이다. 세 남성과 세 여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애정의 갈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작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적한 교외의 푸른 집에는 세란과 미란 자매, 가정부 옥녀 등 세 여인이 살고 있었다. 세란은 영화사 사장인 현마의 첩이며, 사장 현마는 비서 겸 동성연애 상대인 단주라고 하는 미소년을 거느리고 있었다. 단주가 10대 말의 청순한 소녀 미란과 사랑에 빠져 동반여행을 시도하지만 세란과 현마의 견제로 무산되었다. 그러던 중에 현마는 사업여행에 미란을 대동하고, 세란은 푸른 집에 묵고 있는 단주를 유혹했다. 미란은 동경에서 음악에 심취하여 피아니스트 영훈을 교사로 맞이했다 그뒤 미란은 영훈을 사모하게 되었다. 하지만 영훈에게는 가야라는 여인이 있으며 가야는 또 원하지 않는 갑재라는 약혼자가 있었다.

세란은 단주에게 집착하고 단주는 미란을 단념하지 못하며, 갑재는 가야를 놓고 영훈과 격투를 벌인다. 여름철 피서 여행 중 단주와 옥녀는 가까운 사이가 되고, 현마는 미란을 범한다. 우여곡절 끝에 영훈과 미란은 서로 참사랑을 확인하고 가야는 자살한다. 세란과 단주의 부정을 목격한 현마는 둘을 불구자로 만들고 옥녀를 추방시킨다. 여기서 유일하게 사랑에 승리한 영훈과 미란은 유럽 여행길에 올랐다.        

다분히 D.H.로렌스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관능적인 사랑을 묘사하고 있는데, 단지 성(性)을 부끄럽고 천한 본능으로 묘사한 것이 아니라 원초적이며 건강하게 표현하고 있다. 저속한 것으로 흘렀을지도 모르는 내용을 건강하게 파악하게 만드는 것은 이효석만의 독특한 문예 미학에서 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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