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집

무아無我

덕화2001 2021. 1. 18. 21:56

무아  無我     산행

 

첫눈이 폭설로 내리던 날

나는 눈보라 위로 하늘을 날았다

눈이 내려도 산행은 한다는

산박사 한마디에

무장한 군인처럼 길을 나섰다

평생을 자신의 울타리에

나의 아비되어

챙겨주던 남편이

아이젠을 딸내미처럼 신켜주었다

 

눈이 쌓인 아파트 숲길을

자박자박 아이처럼 걷다가

텔레파시에 8층 창문을 올려다보니

손을 흔드는

나의

오래된 연인

 

비탈진 산등성 눈밭에서

햇솜같이 보드라운 눈밭에서

넘어지고 넘어져도

하나도 안 아픈

내겐 히말라야 등반보다

더 더 더 날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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