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신 님을 기리며 (순국선열의 날에 )
시도 때도 없이 마른벼락 치던 날
장롱 맨 아래 서랍에 눈물젖은 손수건
어머니 옷섶 안쪽에 슬몃 넣어두고
남몰래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외줄에 거꾸로 매달린 철없는 아이처럼
발밑에 무엇이 있는지 보이지 않아
어지러운 시국에 매달려 험한세상
외줄을 타듯 먼저 달려갔습니다
자신의 작은 꿈을 사랑하기보다
조국의 독립을 더 사모하기에
온 몸 던져 가고 또 가다 이름 모를 산하에서
거룩한 당신들은 차마 꽃잎처럼 스러졌습니다
민초로 해맑게 피어나다 가신님들
님이여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조국의 품에 안긴 그대들의 넋은
지금 어디 어디에 있나요
들국화 피고 지는 산자락 구비마다
나뭇잎 부스럭 소리만 들려도
삭정이 우두둑 꺾이는 소리만 들려도
당신의 못다한 넋인줄 알겠습니다
님이여 이제 흐르는 눈물을 거두소서
님은 우리 모두의 가슴저린 꽃입니다
님은 우리 모두의 아픈 꽃입니다
모두의 가슴에 피어난 시들 줄 모르는 순백의 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