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오면
안도현
그대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번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저무는 인간의 마음을 향해
가는 것을
그대
9월의 강가에서 생각 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 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9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
원광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81년 시 〈낙동강〉으로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등단했고, 1984년 〈서울로 가는 전봉준〉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이리중학교에 국어 교사로 근무(1985~89)하다 19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가입한 것이 드러나 해직되었고, 전북 장수 산서고등학교로 복직되어 1997년까지 근무했다. 그 후 단국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뒤 2004년 우석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부임했다.
안도현의 시는 민중시에서 서정시로의 이행해 간다고 한다. 1980년대에 발표된 시집에는 민중들의 곤궁한 삶에 대한 성찰과 따뜻하게 감싸는 낭만주의의 정서가 깃들어 있다. 때문에 현실의 곤궁함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이끈다. 1990년대의 시는 소박한 생활에서 소재를 찾고, 변화하는 현실 세계에서 자아를 찾아가는 서정성이 그려진다. 시집으로 〈서울로 가는 전봉준〉(1985), 〈모닥불〉(1989), 〈그대에게 가고 싶다〉(1991), 〈외롭고 높고 쓸쓸한〉(1994), 〈그리운 여우〉(1997), 〈바닷가 우체국〉(1999),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2001) 등이 있고, 소설/동화로 〈연어〉(1996) 등이 있다. 시와시학 젊은 시인상(1996), 제13회 소월시문학상 대상(1998), 제1회 노작문학상(2002), 제12회 이수문학상(2005)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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