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집

산행

덕화2001 2021. 9. 21. 12:36


산행                                         산행

눈 감고도 잘만가는 어쩌다 산아비
앞서거니 또 앞서거니 묵묵히 걸어간다
두 눈 뜨고도 아비따라 걸음이 더딘
뒤서거니 더욱 뒤서거니 산딸들 걷고있다

 

갑자기산 아비 돌아서서 이파리 두 개 내민다
아 이건 신갈나무구요 이건 떡갈나무예요
그렇게 산에 올 때마다 가르쳤건만
짚신에 깔았던 신갈나무 떡을 쌌던 떡갈나무
이제야 겨우 알아보는 나이먹은 산딸들

굴곡진 세상 사는동안

너른바다에서 살아 돌아온 산딸들은
산만 들어서면 열일곱되어 깔깔거리기 바쁘다
온 생애를 산마다 데크 계단을 만들고

하산했다는 산아비는
나이먹은 산딸들을 만나 데크만든

이야기로 인생길을 반추한다

산을 평지처럼 걷겠다고 큰 꿈 배낭에 지게처럼 메고 
신갈나무 신에 깔고 떡갈나무에 떡을 싸서

오늘도 데크계단 오르락 내리락
산아비 졸졸 따라다니기 바쁘다

이건 짚신에 깔았던 신갈나무구요

이건 떡을 쌌던 떡갈나무예요

신갈나무는 신에 깔고 다니라고 잎이 반질 반질 

떡갈나무는 떡쉬지말라고 잎이 까끌까끌

 

만나는 나무나 풀마다 선조들의 지혜로운

음성이 메아리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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