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시집 85

어떤 시작과 끝

오랫동안 세월의 강을 연어처럼 거슬러 오르던 내게는 갱년기의 우울증도 찾아올 틈이 없었다느지막하게 찾아온 배움이라는불타는 정열에 감기조차 접근금지팻말을 보고 올줄을 몰랐다모든것이 마무리된듯한 12월마음을 덜켝 내려놓은 어느 날뜨거운 신열을 몰고 기습작전을피우며날 찾아온 감기머리에 찬 물수건을 얹고 누워있는 옆에좌정한 감기가 정답게 말을 부친다좀 놀다가도 되겠지요?자네 고맙네 다시 쉬고 재충전하라고 나를 자리에 눕힌거지?그래 이번에는 지난날의 추억까지불러놓고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한 며칠 놀아보세 그리고 몇년뒤에 다시 한 번 찾아오게나어뗜 끝은 시작의 전주곡이니까 말일세

제1시집 2007.02.06

사모곡

사모곡내 생일 날 친정 어머니를 그리워 합니다남편의 생일날 시어머님을 생각합니다친정 어머니 당신을 사랑합니다시어머님 당신을 존경합니다친정 어머니에게큰 절 올리고 싶습니다시어머님에게더 큰 절 올리고 싶습니다이제 치사랑 드리고 싶습니다상밑에 알사탕 놓아드리고당신의 훈장인 검버섯 손꼭 잡고 싶습니다우리의 옹알이 받아 주셨듯두 분과 눈 맞추려 합니다두 분 사모합니다

제1시집 2007.02.06

창랑 맑은 물

창랑                         맑은 물오래도록 당신을 들여다 봅니다당신을 닮고 싶어 세상길 가다 말고당신 앞에 서서 떠날 줄을 모릅니다 시린 연두 물빛 고운 자테자운히 감으며고이면 썩는다고 이끼 낀다고내 마음의 때까지 다 거두어어디로 당신은 떠나십니다천만번 구르고 굴러세상 찌든때 묻히지 말라한수 가르치고 떠나는 당신오늘 맨발 담그고차가운 물에 종아리 걷었습니다

제1시집 2007.02.06

여행

여행                                           덕화 김영희길을 떠났지요지구 반대편 흰 구름의 나라로끝없이 펼쳐지는 푸른 초원양떼 푸카키호수구름과 하늘과 바다가좋아몇날 며칠을꿈 속에서 지냈지요돌아보며 내 마음을 담고 온것은구름도 하늘도 바다도 아닌사람이였지요어머니를 모시고 온 심청이와정절을 소중히 여기는 춘향이와열녀문 세워줄만한 효부를 만나고이 나라 짊어질 정승판서감 만났지요남의 나라 산과 들 아무리 아름다워도내 가슴에 보석처럼 남은 것은몇 날 몇 밤을 함께 한사람이 살아갈 또 다른길을 보여 준 진정 조선인다운사람을 만났지요어디엔가 흩어져 살다가남의 나라에 가서퍼즐처럼 모였다가 흩어지며이 강산 팔과 다리 되어 살아갈그리운 사람이 되어 버린 사람을 만났지요내 나라를 사랑하는..

제1시집 2007.02.06

세탁기

세탁기                                                               김영희 덕화온종일 빈 집을 지키며 밖의 소음을 친구 삼아유리창으로 보이는 구름과 무료한 한 낮을 보낸 세탁기는구름사이로 보이는 붉은 노을을 보고 집으로 향하는 주부의 발걸음처럼마음이 부산해진다식구들의 현관 문여는 소리를 들으며 벙긋 입을 다물지 못하고꽃미남처럼 골인 시키는 빨래들을 덥석덥석 품에 안는다이리 보듬고 저리 보듬어씻어주고 안아주고 강강술래를 시켜드디어 하나가 되게 한 뒤딸의 옷은 보송보송 솜털이 나게아들아이 청바지는  퍼렇게 씩씩하게후줄근한 남편의 옷은 너무 안쓰러워 고이고이 펴서 토닥이고순백의 영혼으로 돌려 놓고는마침내 꿀꺽꿀꺽검은 각혈을 시작한다세탁기는 다시 잠잠해진 어둠속..

제1시집 2007.02.06

벡담사 계곡물

백담사 계곡물*            만해 한용운님의 나룻배와 행인을 읽고 백담사 계곡 흐르는 물은옛날 어머니 머리 감던창포 빛산 그늘 연초록 잎새와사랑 나누다은초록 물들었네백개의 선녀탕 만들었네사랑하는 이와 구름옷 걸쳐 입고한 발 허공에 내 디디면은초록 계곡물은 나룻배 되어고요히 노 저어가리정겨운 이와 나는행인이 되리떨어진 꽃잎 위에사뿐히 내려앉아

제1시집 2007.02.06

누가 네 이웃인가

누가 네 이웃인가누가 네 이웃이냐고그 분이 물었을 때나의 이웃이 누구인지뒤돌아 봅니다 네가 누구의 이웃이냐고그 분이  다시 물었을때부끄러워 고개 숙였습니다 살아온 길 글로 엮으면소설 열 권도 넘는다우낙타 등처럼 휘어진 아주머니 등허리에서소설책 백권을 단숨에읽어버리고 빈 종이상자 보물상자 처럼끌고 가는 유모차 옆에서시집보낸 딸처럼 나의 이웃을가만히 햇솜처럼품어보고 싶습니다.

제1시집 2007.02.06

마우스로 사랑을

마우스로 사랑을                                                 덕화 김영희소중한 사람에게 사랑을  전하고 싶으면고요한 밤 그대에게 이메일을 보내세요클릭을 하는 순간 당신의 그대는목련같은 순결한 사랑으로 피어날 거예요새벽 예배시간 내 앞에 앉은 작은 천사시도 때도 없이 내게 마우스를 대기에천사라는 닉네임 붙여 주었더니날마다 웃음 꽃다발 나를 감동 시키네요세상에서 다운된 몸과 마음저 높은 그곳에 업그레이드 시키려고주님 새벽안개 헤치고 오셔서게으른 나를 일으켜 세우시네요내 안에 저장된 이 기쁨 모두 열어놓고주님의 방으로 들어 오면 영생을 얻는다고마음에 피어 나는 작은 희망을내 방에 비밀히 저장해 놓고서

제1시집 2007.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