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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

67 기쁨 *    기쁨늦깎이로 공부하지만날마다 마음은 새파란 신세대다돋보기 쓰고 만나는 역사책은오래전에 잊었던 할아버지되어 주고길을 걸을 땐 시집속의 다정한 오라버니들과 신나는 데이트어제는 백석님 불러외갓집 이야기 듣고오늘은 한용운 님을 만나나룻배와 행인 시를 들었지책방에 가면 책 속에서 손 내밀며만나길 기다리는님들 님들늙은가시 내는 지상에서 남은 날들을 사랑하기 위해 배움에 취해날마다 하늘을 날아오를 듯포르르 날개 돋는 신세대다

제1시집 2007.01.28

치과에서

치과에서                           덕화 김영희아프지 않아요조금만 참으세요마취 주사를 맞고 난눈감은 허공에앞니 두 개 빠진어머니 얼굴이 비친다미운 일곱 살이를 갈 나이도 아닌영원히 잃어버린앞니 두 개아픈 이를 뽑아내고의치를 하는 지금어머니는 허공에서웃음 지으며미운 일곱 살어린 딸 달래듯나를 달랜다아프지 않다고조금만 참으라고

제1시집 2007.01.28

무엇이 되기 위해

무엇이 되기위해  어제 저녁 된장찌개 속의 고추가잘게 흩어져 매운 맛을 내며아파아파하는 소리를 들었다 오늘 아침 깨끗이 헹구어진 시금치가끓는 국속으로 들어가면서파란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았다 고기를 굽는 동안 불판 위의 고기가떨며 눈물보다 더 아픈 기름 눈물을종지 하나 가득 흘리느 것을 보았다 이 세상에 태어난 한 단계 높아지려면내가 부서져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데감자의 싹이 난 눈을 아프게 도려내며내 가슴은 숙연해졌다

제1시집 2007.01.28

나이 오십을 넘기고

나이 오십을 넘기고                                                                                          덕화 김영희                   오십 넘은 나이에                   새벽마다 팝송공부를 하는                   철부지 소녀                    늦은 밤                   주방의 식탁에 앉아                   시집을 뒤척이는                   열여섯 꿈에 묻힌 문학소녀                      아들의 종아리 때리고                   더 마음 아파하던 날                   오히려 엄마를 위로하며..

제1시집 2007.01.28

노아의 방주

노아의 방주                                                     덕화 김영희토요일 이른 아침아파트 노상 주차장작은 배 한 척노아의 방주처럼 세워진다펄럭이는 배 안에는 생선들이 살아서두루마리로 엮어져 먼 바다를 응시하고푸른 채소는 시퍼렇게 살아나희망의 돛대처럼 5일장이 펼쳐진다내일의 삶을 엮어가기 위해사람들은 분주하게 오고 가고다시 새로운 삶을 이어가기 위해채소며 과일들은언제 닥칠지 모르는순교를 기다린다얼굴은 바람을 맞아 거칠어졌어도작지만 거룩한 그들만의 성전을 지키기 위해오늘을 살아내는 그들에게서신부보다 더 아름답고 마리아보다 더 성스러운아름다운 이들을 만난다

제1시집 2007.01.28

강가에서

강가에서                                                    덕화 김영희아득한 기억속살얼음 부서지는 양평강가에서시골 할아버님 댁에 갈 나룻배를 기다리며모래위에 써주신어머니가 가르쳐준 아버지 이름나에겐 정답고 다정한 이름어머니에겐 그립고 원망스런 이름나는 하늘가에 아버지가 보였지만어머니는 얼음 속에 아버지가 보였던것일까내 눈엔 무지개가 어리우지만어머니 눈엔 이슬이 어리웠다

제1시집 2007.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