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1007

기도

오늘도 어머니는 기도를 올리신다신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에 저고리 안 섶에 자식을 그러안고온 생애를지나가는 바람에게 구름에게 절을 하신다 하늘 향해여린 새순 틔우기 위해터지고 갈라지는 나무들의 고단함처럼불어오는 바람을 치마폭으로 감싸안고기도하신다 검은 반점 꽃으로 피어난 어머니는젊은 날 저고리 안섶에자식을 끌어안고 기도하는 모습으로오늘도 집 앞 평상에 앉아봄볕 꿈속에서도돌아올 자식 기다리며기도를 올리신다

제1시집 2007.01.27

옛날이야기

옛날 이야기오래된 낡은 집봄가을로 페인트 칠 하던 여자가 있었지요언제나 허름한 옷에 무거운 짐을 들어손톱이 빠진 줄도 모르던 남자와 함께첫아이 잃어버렸을 때 세상이 노랗게 변했고둘째아이 귀앓이 할 때 휘영청 밝은 달밤에내 아가 하면서 같이 울었지요셋째 아이 세상에 내놓고이젠 할 노릇 다 했다고 싱글벙글 했지요남자가 교통사고 나던 날여자는 비로소 철이 들었고아들이 군대에서 다치던날하느님께 기도하고  간구했지요남자와 여자에게는 아무에게도 전해지지 않는옛날 이야기가 있지요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의 주인공들은커다란 인형되어 거리를 활보하고남자는 청소기로 마루를 밀고여자는 토드락 토드락 상 차리며어느 설화보다 더 재미있는 이야기두사람 입에서 입으로만 전해지는옛날 이야기   이름

제1시집 2007.01.27

종이컵속 반잔의 커피

종이컵속 반잔의 커피 늘 한잔의 커피에서 반을 내게 주는 당신커피향과 함께 인생의 슬픔이나 기쁨을같이 하자는 무언의 맹세같아말없이 건네 받지요가장이라는 이름표를 앞에 단 당신자갈밭 그 걸음이 힘들게 보여나 둥근바퀴가 되어 당신을 따랐지요희망이란 이름을 적어넣고무심코 건네주는 커피 반잔이인생의 기쁨 슬픔을 반으로 나누자는무언의 약속같아오늘도 반잔의 커피를 당신과 함께 합니다

제1시집 2007.01.27

마주보기

마주보기하늘을 매일 쳐다봅니다이른 새벽부터 잠들 때까지하늘이 파라면 내 마음도 파랗고먹구름 끼면 덩달아 먹구름입니다하늘도 가끔은 나를 내려다 봅니다구름과 바람과 심술궂은 태풍이스쳐가듯이 하늘도 늘 긴장된 나날이 흐르고그렇게 일생을 보냈습니다나의 하늘은 자기의 사랑이환한 별로 떠서 빛난다고 생각합니다그래서 나는 하을 쳐다봅니다언제까지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그는 세상을 내려다 보아야 하고나는 그를 올려다 보아야 하고그렇게 우리는 마주보기를 합니다

제1시집 2007.01.27

하루

하루기껏 시장 한 바퀴 도는 것을  아내는 외출이라고 생각한다 이것 저것 사들고 외출에서 돌아온 아내는장바구니가득 사 들고온  상추랑 시금치를 다듬는다 행복은 쌀처럼 건져 올리고불행은 돌처럼 가라앉기를 기도하는 저녁 식탁 오랜 세월 먼길을 달려온 남편은아내가 차린 저녁 맛있게 들고 지금까지 살아온 그 세월만큼믿음의 두레박을당길것을 다짐하는 오늘 하루

제1시집 2007.01.27

당신에게서 허브 향이

당신에게서 허브향이                                                                             김영희   어느 날 당신을 잃어 버렸을 때   하늘이 캄캄함을 알기 보다   내 곁에 있는 지금   온 세상이 축복임을 알고 싶습니다    어느 날 당신과 손잡고 싶을 때   곁에 없어 내 손 마주잡기보다   손잡고 걷는 지금   이 순간이 행복임을 믿고 싶습니다          가슴에 허브 향 같은 사랑 채워주려고   힘겹게 산에 올라 허브나무가 된 당신   나만이 맡을 수 있는 허브 향

제1시집 2007.01.27

남편의 친정나들이

남편의 친정 나들이                                                                                    김영희 덕화오늘은 남편이 친정 가는 날보나마나 귀가 길은 새벽 2시아내의 곱지않은 눈길도 예쁜지싱긋 웃음 날리며 친정 길에 오른다과장님 계장님은 사치스런 이름너는 동생 나는 형이라네인생의 무거운 볏짐 밤새 술잔에 실려형님 먼저 아우 먼저언 발을 녹여주던 그 마음들이여자들 친정 나들이처럼 기다려지는가거리거리 가로등  은은히 켜진 골목길을갈지자 걸음으로 걷고 있는후줄군한 나의 평생 연인이여가장이라는 멍에 아닌 멍에를 쓴 채황소처럼 앞만 보고 가는 당신 앞에내 마음 은은한 꽃등 달아놓고친정 갔다 집에 오는 아내 맞이하듯남편을 고이 맞는다여보! ..

제1시집 2007.01.27